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박 2일간의 제주·광주행을 마무리했다. ‘지지율 열세’ 지역임을 의식한 듯 맞춤 공약을 제시하며 민심을 훑었다. 특히 고(故)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등 외연 확장과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앞서 윤 후보는 전날(5일) 제주4·3평화공원 참배를 시작으로 ‘제주 표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 1948년 일어난 제주 민중항쟁의 아픔을 위로하고, 민간인의 무고한 희생 없는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취지다. 이어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인 진보층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점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제주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동문시장 방문을 끝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특히 제주 선대위 행사에서는 △제주 4.3 특별법에 가족관계 특례 조항 신설 △제주 관광청 신설 △제주 제2공항·제주신항만 건설 등 지역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광주에서 시작된 2일차 일정도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로 시작됐다. 그러나 광주 시민단체의 격한 반발로 추모탑 입구에서 ‘반쪽 참배’를 해야 했다. 지난해 11월10일에 이어 두번째 묘역 참배 무산이다.
이날 5·18민주묘지 입구 민주의문 앞에는 윤 후보 지지자들과 윤 후보의 참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격렬한 대치가 벌어졌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20여명은 현수막과 손피켓 시위를 벌였다. 윤 후보 지지자들 역시 ‘선거법 위반 아니냐’, ‘선거 방해 아니냐’며 맞불을 놨다.
윤 후보는 “분향을 막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도 분향을 못했지만 마음으로 5.18 희생자분들의 영령을 참배했다”라며 “저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 5월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와 5월 정신은 항거 정신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국민통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았다.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점검하기 위한 취지다.
사고 피해자 가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마친 윤 후보는 “희생자 가족분들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할 수가 있겠는가. 아직 수습하지 못하신 분들을 빨리 구조해서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유사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후 광주에서 열린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윤 후보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거듭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선거 향배를 가를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지지 회복과 중도 확장을 꾀하려는 전략이다.
윤 후보는 지난 2003∼2005년 광주지검 근무 경험을 술회하며 광주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광주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높게 평가하며 표심 구애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호남이 낳은 우리나라의 걸출한 정치인, 국가 지도자인 김대중 대통령을 기념하는 컨벤션센터에서 광주 시민 여러분께 이렇게 약속드린다”며 “광주와 호남에서 몇 퍼센트의 지지율 나오든 상관없다. 표를 호소하기 위한 말이 아니다. 광주를 확실하게 바꿔놓겠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보수 불모지인 광주 표심을 위한 ‘맞춤 공약’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국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광주과학기술원 연계 산학연 AI 클러스터 구축 △광주·영암간 초(超) 고속도로 건설 △서남권 원자력의학원 건립 △미래 모빌리티 선도 도시 구축 △광주·대구 달빛고속철도 조기 착공 △도심 광주공항 이전 △5·18 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 설립 등이다.
끝으로 윤 후보는 “분열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 정치혁명의 기치를 광주·호남에서 이어달라”며 “저 윤석열이 혼신을 다 바쳐 여러분의 사랑과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광주=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