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연신 손을 내밀고 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을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승부수로 읽힌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1박2일 간의 부·울·경 일정을 마치고 귀경한 직후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았다. 회동은 오후 8시부터 9시20분까지 약 1시간20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김 전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최재천 전 의원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SOS’를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현 상태에서 중도·부동층 공략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연초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도왔던 김 전 위원장의 지원사격 방향이 변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31일 김 전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김 전 위원장을 한 번 만나 뵈었다. 나라를 위해 도와달라고 했다”며 “꼭 이 후보 개인을 도와달라는 의미가 아니더라도, 이 후보가 국정을 잘 이끌도록 조언을 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송 대표는 “윤 후보가 어떻게 김 전 위원장의 철학과 정책을 수용할 마인드가 있겠냐고 했는데, 결국 내 분석이 맞았다”며 “결국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 이런 사람들 사이에 본인이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도 이 후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계신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도 연일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동 민주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안 후보와의 여러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며 단일화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송 대표 역시 같은 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과학기술 대한민국’ 공약은 이재명 후보가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며 구애에 나섰다. 그는 “안 후보의 정책이 실현되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과 해야 한다”며 “105석(국민의힘)과 3석(국민의당)을 합해 108석을 가지고는 108번뇌로 갈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여당이 윤 후보와 ‘껄끄러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과의 결합에 나서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내에서도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압력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확실한 대선 승기를 잡기 위한 돌파구를 단일화 성사 여부로 판단하면서다.
앞서 정치권은 ‘민심 분수령’인 설 연휴 이후 대선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거대양당 후보의 접전 속 뚜렷한 우위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설 연휴였던 지난 2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에게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이 후보 40.4%, 윤 후보는 38.5%를 기록해 1.9%p 격차로 접전했다. 이·윤 후보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설 명절 민심이 재확인된 셈이다.
전문가는 단일화 여부가 대선 판세를 가르는 열쇠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이 접전인 만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단일화에 관한 논의 물꼬가 트였다”며 “야권이 대선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