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미는 尹… 높은 ‘이준석의 벽’ [2022 대선 말말말]

단일화 미는 尹… 높은 ‘이준석의 벽’ [2022 대선 말말말]

尹 “나와 방향 같은 安, 단일화는 둘이 결정”
이준석 “여론조사 단일화? 안철수 처지 볼때 가당치 않다”

기사승인 2022-02-09 06:00:02

‘2022 대선 말말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정치권의 ‘말’을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온 말들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대선이 D-28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본격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안 후보가 지난 1월 이후 지지율 답보 상태에 머물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두 후보가 단일화를 결정 짓는 ‘직접 담판론’이 떠오르고 있다. 담판론의 최대 변수는 단일화 반대론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당내 일각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다.

尹 “나와 방향 같은 安, 단일화는 둘이 결정”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7일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전날 보도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온 분이라는 점에서 저와 방향이 같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

野 “정치적 결단 차원의 단일화 필요”

당 내부에서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단일화 여부로 박빙 승부가 갈릴 수 있다.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해야 한다”며 단일화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대외협력본부장도 “정치적 결단 차원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윤 후보의 결단을 압박했다. 단일화에 부정적인 이 대표를 향해서는 “우리 힘으로 계획대로 잘 가고 있는데 굳이 분열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의견으로 반문으로 가면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손해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일화에 선을 그었던 권영세 정책본부장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권 본부장은 “(단일화를) 배제할 생각이 없다. 방식에 있어서 떠들고 하는 것은 안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후보가 핵심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리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이준석 “여론조사 단일화? 안철수 처지 볼때 가당치 않다”

대표적인 ‘단일화 회의론자’인 이 대표 측은 이에 맞서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지금 안 후보가 놓인 처지를 봤을 때 가당치가 않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확실히 1월 초 안 후보 기세와 달리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락 추세가 완연하다”며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 부분 (안 후보에게) 다시 회복됐다. 오히려 안 후보가 가진 지지율은 보수성향과 거리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단일화라는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편입되기 어려운 지지율이 아니냐는 인식을 당 내부가 하고 있다”며 “안 후보가 주말 이전에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오는 13일~14일에 진행되는 후보자 등록 전에 안 후보 스스로 사퇴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도 가세했다. 그는 “1등으로 달리고 있는 윤 후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마치 단일화만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호도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저기 거간 역할을 해 보려는 분들이 나서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도, 우리 당에게도, 우리 후보에게도 정치적으로는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安 “끝까지 간다… 내가 정권교체의 주역될 것”

안 후보 측은 중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전날 대통령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기 위해 나왔다. 당선이 목표지 완주가 목표가 아니다”라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후보자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단일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다 보니까 어떤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C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진정성 있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상대가 아니다. 지난 합당 결렬에서 봤듯이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을 소값으로 논하면서 한껏 무시와 조롱을 했다”며 “존중에 대한 어떤 인식도 없는 정치 세력임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안·윤 후보 간 회동 가능성도 일축했다. 권 원내대표는 “‘무조건 국민의힘이다. 무조건 윤석열 후보다. 닥치고 양보해라’라는 그런 답을 정해 놓고 하는 만남이기 때문에 관련된 움직임이 있을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미경 “단일화는 국민의 마음… 尹-安 조만간 만날 것”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두 후보 간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점친 셈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가 단일화를 반대하는 공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정치공학적인 얘기”라며 “(단일화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정치인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은 완전하고 완벽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정권교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나 권 원내대표 같은 지도부가 빠지고 본격적으로 단일화 얘기를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될 것”이라며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후보 두 분이 결정할 부분이기 때문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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