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 말말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정치권의 ‘말’을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온 말들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대선이 D-28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본격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안 후보가 지난 1월 이후 지지율 답보 상태에 머물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두 후보가 단일화를 결정 짓는 ‘직접 담판론’이 떠오르고 있다. 담판론의 최대 변수는 단일화 반대론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당내 일각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다.
尹 “나와 방향 같은 安, 단일화는 둘이 결정”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7일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전날 보도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온 분이라는 점에서 저와 방향이 같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
野 “정치적 결단 차원의 단일화 필요”
당 내부에서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단일화 여부로 박빙 승부가 갈릴 수 있다.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해야 한다”며 단일화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대외협력본부장도 “정치적 결단 차원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윤 후보의 결단을 압박했다. 단일화에 부정적인 이 대표를 향해서는 “우리 힘으로 계획대로 잘 가고 있는데 굳이 분열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의견으로 반문으로 가면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손해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일화에 선을 그었던 권영세 정책본부장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권 본부장은 “(단일화를) 배제할 생각이 없다. 방식에 있어서 떠들고 하는 것은 안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후보가 핵심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리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준석 “여론조사 단일화? 안철수 처지 볼때 가당치 않다”
대표적인 ‘단일화 회의론자’인 이 대표 측은 이에 맞서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지금 안 후보가 놓인 처지를 봤을 때 가당치가 않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확실히 1월 초 안 후보 기세와 달리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락 추세가 완연하다”며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 부분 (안 후보에게) 다시 회복됐다. 오히려 안 후보가 가진 지지율은 보수성향과 거리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단일화라는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편입되기 어려운 지지율이 아니냐는 인식을 당 내부가 하고 있다”며 “안 후보가 주말 이전에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오는 13일~14일에 진행되는 후보자 등록 전에 안 후보 스스로 사퇴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도 가세했다. 그는 “1등으로 달리고 있는 윤 후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마치 단일화만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호도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저기 거간 역할을 해 보려는 분들이 나서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도, 우리 당에게도, 우리 후보에게도 정치적으로는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安 “끝까지 간다… 내가 정권교체의 주역될 것”
안 후보 측은 중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전날 대통령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기 위해 나왔다. 당선이 목표지 완주가 목표가 아니다”라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후보자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단일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다 보니까 어떤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C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진정성 있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상대가 아니다. 지난 합당 결렬에서 봤듯이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을 소값으로 논하면서 한껏 무시와 조롱을 했다”며 “존중에 대한 어떤 인식도 없는 정치 세력임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안·윤 후보 간 회동 가능성도 일축했다. 권 원내대표는 “‘무조건 국민의힘이다. 무조건 윤석열 후보다. 닥치고 양보해라’라는 그런 답을 정해 놓고 하는 만남이기 때문에 관련된 움직임이 있을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미경 “단일화는 국민의 마음… 尹-安 조만간 만날 것”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두 후보 간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점친 셈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가 단일화를 반대하는 공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정치공학적인 얘기”라며 “(단일화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정치인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은 완전하고 완벽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정권교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나 권 원내대표 같은 지도부가 빠지고 본격적으로 단일화 얘기를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될 것”이라며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후보 두 분이 결정할 부분이기 때문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