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열정열차’에 올라 호남 표심을 자극했다. 지지율 열세 지역임을 의식한 듯 맞춤 공약을 제시하며 민심을 훑었다. 주요 메시지는 정권 교체와 호남발전론이었다.
윤 후보는 12일 오전 전주역에서 호남 일정을 시작했다. 윤 후보를 태운 열정열차는 전주-남원-순천-여수 여정으로 움직였다.
그는 ‘열정열차’를 탑승하기 전 전주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의 민주화 열정은 대한민국 번영에 큰 기여를 해왔다. 이제는 호남이 그 과실을 받아야될 때가 왔다”며 대통령 당선 시 호남 지역 인재를 중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표심을 잡기 위한 8가지 공약도 발표했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첨단산업으로 비상하는 국제자유도시 전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 △금융중심지 지정 △신산업특화 국가산단 조성 △전주~김천 철도, 전주~대구 고속도로 건설로 동서횡단축 건설 △친환경·미래형 상용차 생산 및 자율주행 실증단지 구축 △메타버스 기반의 농식품 웰니스 플랫폼 구축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지리산과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동부권 관광벨트 등이다.
이후 열정열차를 타고 도착한 남원에서 정권 교체를 외쳤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아울러 더 이상 ‘전북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호남이 특정 정당에 의해 수십 년간 장악됐지만, 발전은 크지 않았다”며 “호남인들은 그 정당이든 우리 정당이든 신뢰하기 어려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공학, 국민편가르기로 국정을 운영해선 안된다”라며 “선거를 앞두고 공학적으로 만들어낸 약속보다 진정성과 실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어떤 정당이 더 진정성 있고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지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춘향골 공설시장을 방문해 상인·시민들과 만나고 만인의총을 참배하고 남원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어 열차를 타고 순천역으로 향했다. 그는 순천에서 전남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국민의힘의 과감한 변화를 예고했다.
윤 후보는 순천역 광장에서 시민들과 만나 “호남이 잘 사는 것이 대한민국이 잘 사는 것”이라며 “누가 더 진정성을 갖고 호남인과 대한민국을 생각하는지 잘 판단해 거사를 벌여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지역 발전을 위한 외국기업 및 투자 유치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외교 안보 정책이라는 게 죽고 사는 문제이자 먹고 사는 문제의 기본”이라며 “국가가 튼튼히 방어되어야 외국기업의 투자도 늘어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정권과 같은 편협된 외교안보관으로는 나라를 번영시키기 어렵다”며 날을 세웠다.
아울러 전남 8대 공약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전남 친환경 재생에너지 산업벨트 조성 △고흥 우주 항공산업 클러스터 구축 △익산-여수 KTX 고속화 및 광주-고흥 고속도로 등 광역 고속 교통망 확충 △광양항 친환경 스마트항만으로 조성 △무안국제공항의 관문공항 육성 △화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서남해안 해양생태관광 휴양 벨트 구축 등이다.
윤 후보는 이어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해 “호남에는 말보다 실천적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라며 “저와 국민의힘은 더이상 호남홀대론이 아닌 호남 발전론을 써내려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윤 후보는 “여수 시민들도 사회 곳곳에 난무하는 특권과 반칙을 좌시하지 않고 이를 바로 잡는데 힘을 보태줄 것으로 믿는다”라며 “더 낮은 자세로 여수시민의 마음을 받들고 호남의 뜻을 받들겠다. 국민의힘이 변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후 윤 후보는 여수제일장례식장으로 이동해 8명의 사상자를 낸 여수산단 여천NCC 폭발사고 희생자들을 조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뭐라 위로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수사가 제대로 되는지 지켜보겠다. 저희가 할 수 있는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조문을 마친 후에도 “광주 아이파크 사고도 마찬가지로 사고가 발생한지 한달이 넘었는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도 그렇고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당 차원에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이번 호남행은 지난 주말 광주에 이어 2주 연속 서진 행보다. 열정열차 일정에는 이준석 대표와 호남 출신인 정운천, 이용호 의원이 동행했다. 순천역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함께했다.
여수=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