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유승민 전 의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받았다. 윤 후보가 중도·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가진 유 전 의원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중도층 공략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정권교체를 위한 통합 행보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유 전 의원과 윤 후보는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약 20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유 전 의원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면서 협력하겠다. 아무 조건도 없고 직책도 없이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5일 당내 경선이 끝난 후 105일 만에 손을 맞잡은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일자리·주택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국민의힘이 해결하겠다는 믿음을 국민들께 주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며 “양극화·불평등 문제도 우리가 가짜 진보 세력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드렸다”고 밝혔다.
이에 윤 후보는 “선거운동에 돌입한 저로서는 유승민 선배님의 격려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며 “우리 당 최고의 경제 전문가로서 선거 승리뿐만 아니라 향후 성공한 정부가 되도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에 힘을 얻었다”고 화답했다.
당내에서는 유 전 의원의 지지 선언이 중도층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이 개혁 보수 대표주자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그간 ‘따뜻한 보수’, ‘합리적 보수’를 표방해왔다. 한국 정치가 보수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진일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치권도 유 전 의원의 중도성향 지지층이 두껍다고 평가한다. 유 전 의원 역시 스스로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에 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 지지세가 약한 중도층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유 전 의원이 윤 후보의 취약점을 보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 특유의 강골 기질과 보수 색채를 향한 중도성향 유권자의 거부감이 희석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유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강점이 정치 신인으로서 경제·안보 관련 정책 역량을 증명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윤 후보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전 의원은 경제 정책 면에서 강점이 있고 또 중도적인 지지가 강하다”며 “우리 당과 윤 후보에게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 역시 유 전 의원의 지지선언이 윤 후보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은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 취약하다”며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경제 전문가다. 중도층 외연 확대에 더해 경제 분야 역량을 유 전 의원이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의 합류로 윤 후보는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연결고리도 함께 얻었다. 정권교체론을 더 부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