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보수 취약지인 ‘서해안 라인’을 훑는 대장정을 마쳤다. 모든 유세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더불어민주당 심판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정신 계승이었다.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동시에 진보 진영의 ‘막판 결집’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윤 후보는 전날(23일) 당진에 있는 솔뫼성지 참배로 충청 유세를 시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대건 신부의 순교에 그리스도의 박애와 헌신이 담겼다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이후 당진·홍성·서산에서 진행된 거점 유세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경기도 ‘옆집 비선 캠프’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 의혹 등을 거론하며 정권 심판을 부르짖었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횡령’ 의혹도 집중 조명하며 공세를 펼쳤다.
아울러 문재인 정권을 부정부패 세력·좌파 정권으로 규정하며 이념 전쟁에 불을 붙였다. 윤 후보는 집권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안보 무능·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 실책을 부각하며 “좌파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집권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호남에서는 노무현·김대중 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특히 DJ 정신과 현재의 민주당을 구분 지으며 ‘적전분열’을 노렸다. 반(反)이재명 유권자의 이탈을 부추기는 한편, 외연 확장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익산역에서 진행된 거점 유세에서 민주당과의 협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무현·김대중 대통령이라면 복합쇼핑몰 유치를 먼저 추진하고, 1조의 시민 재산을 약탈하는 부정부패를 결코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2일차 일정에서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23일 오전 전북 정읍에 위치한 동학농민혁명운동 기념관을 방문해 보국 영령의 위패가 있는 구민사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동학농민혁명 운동을 “권력층의 부정부패에 항거한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그 정신을 기렸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정권 심판 메시지를 공고히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윤 후보는 이번 대선을 ‘부패한 이재명의 민주당과 국민 간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일화를 회상하며 DJ정신을 되새기는 한편,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윤 후보 발언 내내 목포 시민들은 “윤석열”, “잘한다, 윤석열”을 외치며 지지를 보냈다. 시민들의 응원에 윤 후보는 네 차례에 걸친 ‘어퍼컷’ 세레모니를 이어갔다.
윤 후보의 ‘반이재명’ 유권자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는 DJ 생가 방문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는 목포 유세를 마친 뒤 1시간40분 가량 배를 타고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보수 정당 대선후보로서 최초의 일이다.
먼저 추모관에 들어간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영정 앞에 헌향하고 묵념으로 애도를 표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980년 청주교도소 수감 시절 찍은 사진, 국립5·18 민주묘지 첫 방문 당시 눈물을 훔치는 사진 앞에 멈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후 생가 이곳저곳을 둘러본 윤 후보는 “김대중 정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한 국민통합 정신”이라며 “우리는 이 위대한 정신을 잘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 ‘호남동행’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호남 230만 가구에 자필 손편지를 보냈다. 예비홍보물 발송 한도(전체 세대수의 10%)를 모두 호남에 쏟아부은 셈이다.
당내에서도 호남 지지율 목표치를 연신 상향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 “호남 지지율 목표치를 25%에서 다시 30%로 상향 조정한다”고 적었다. 호남 지지율 30%는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공식을 깨뜨려 전국 곳곳에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진·홍성·보령·익산·정읍·목포=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