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걷어찬 安… 등 돌린 국민·안랩 주가 ‘뚝’

야권 단일화 걷어찬 安… 등 돌린 국민·안랩 주가 ‘뚝’

목포서 尹 때렸지만… 윤석열 호남 지지율 30%대 돌파
안랩 주가 하락세… 安 지지율도 답보
전문가 “안철수 행보? 여의도 정치문법으로 이해하기 힘들어”
“이재명 당선 시, 安 정치적 생명력 어려워질 것”

기사승인 2022-02-28 18:00:02
선관위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정치분야)가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열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국인터넷신문협회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각 후보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단일화 결렬 책임을 피하면서 정권교체 여론 결집에 성공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안랩 주가 급락·지지율 정체 등 오히려 손해만 커지는 형국이다. 

앞서 윤석열 후보는 야권 단일화 협상 경과를 상세히 공개하며 안철수 후보에게 책임을 넘겼다. 안 후보는 윤 후보 측 제안에 대해 “고려할 가치가 없었다”며 협상 사실에 선을 그었다. 양측이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면서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전 단일화는 무산됐다.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안 후보의 견제 수위도 높아졌다. 그는 지난 27일 공식선거운동 시작 이후 처음으로 호남을 방문해 “제가 그저께 TV토론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물었다. 그런 답도 머릿속에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나”라며 “법률가가 평생 하는 일들은 과거를 살펴보고 잘못된 사람들을 응징하는 것이다. 평생 과거만 보던 사람은 미래를 볼 수 없다”고 윤 후보를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윤 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더팩트의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46.1%로 나타났다. ‘보수 불모지’인 호남 지역에서는 30.6%의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최대 변수로 꼽히던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권교체를 원하는 ‘막판 지지층’이 결집하며 자력 승리를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 결집 마무리에 더해 중도층 표심도 붙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7.9%에 그쳤다. 연초 국민의힘의 내분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한 자릿수를 넘어 15%를 돌파했던 안 후보가 더 이상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이 표 효용성이 높은 양강 후보에 쏠리면서, 안 후보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선거자금 보존 부담도 크다. 독자 완주를 하더라도 10% 미만 득표율이면 기탁금 3억 원도 돌려받지 못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안 후보 테마주인 ‘안랩’도 야권 단일화 결렬 잡음에 하락세를 탔다. 안랩 주가는 안 후보의 정치 행보에 따라 등락을 거듭해왔다. 지난해에도 안 후보가 서울 시장 야권 단일화 후보에서 떨어지자 안랩 주가는 급락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야권 후보 단일화가 파국으로 치달은 다음 날인 지난 28일에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됐다. 안랩은 전날 거래일 대비 7.12% 하락한 6만3900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야권이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안 후보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4~2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월4주 주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자 46.1%가 안 후보를, 42.8%가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주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자는 52.8%가 안 후보를, 40.7%가 윤 후보를 지지했다. 결국 국민의당 지지층의 40% 이상이 꾸준히 윤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안 후보가 완주한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작은 요소에 좌지우지돼 대의를 위한 큰 판을 읽지 못한다는 비난과 함께 정치적 입지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는 대선 이후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입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안 후보 같은 경우, 단일화를 통해 보수 진영에 지분을 가짐으로써 향후 5년을 대비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지금 같은 선택은 ‘여의도 정치 문법’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야권 단일화 결렬로 인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철수 후보는 과반이 넘는 정권교체 유권자를 적으로 돌리는 꼴”이라며 “또 단일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철수 후보의 존재감이 완전히 상실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정치적 생명력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