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거리로 꼽히는 대학가 일대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뜨거운 지지에 활짝 웃었다. 그는 집권 여당의 방역 실책을 부각하며 ‘정권심판’을 외쳤다.
윤 후보는 1일 중앙대학교 인근과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홍대 등 대학이 모여있는 신촌을 찾았다. 2030 세대 유권자가 많은 곳을 찾아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의 이날 유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모교인 중앙대학교에서 시작됐다. 그는 “정치 초심자인 저를 이 자리에 부르신 이유가 무엇이냐. 썩고 부패한 정권을 교체해서 바로된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후보와 집권 여당의 ‘무능론’을 적극 끌어올렸다.
이재명 후보가 최근 제시한 정치개혁안 진정성도 의심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이 선거 열흘 앞두고 국민 통합정부를 구상한다는 것을 보셨냐”며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의 특징이 뭔지 아는가. 바로 거짓말이다. 거짓말로 권력 잡고 거짓말로 권력 연장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정권 망친 사람들이 다시 이재명 후보한테 몰려가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구축하는 주도 세력이 됐다. 이런 사람이 하는 통합, 믿을 수 있겠나”라며 이 후보가 아닌 자신이 국민통합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검사 재직 경험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정치를 잘 몰라도, 26년간 부정부패와 싸워온 사람이다. 이 사람들(민주당)이 어떤 사람들인지 너무 잘 안다”며 “저는 지금까지 정치적 진영에 이편저편 없이 국민을 괴롭히는 부정부패와 싸워왔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국민 편”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신촌에서 이어진 집중 유세에서도 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5년마다 있는 그런 대선이 아니다. 우리들의 자유민주주의가 사느냐 죽느냐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며 “민주당에게 절대 속지 말라. 정권교체가 정치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전투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윤 후보는 “우리 많은 시민들께서 재작년 4.15총선에 부정 의혹을 가지고 계신 것 잘 알고 있다. 저희 국민의힘이 당 조직을 가동해서 공명선거와 부정감시를 철저히 하겠다”며 “3월9일 당일만 투표해서는 이기기 어렵다. 5일과 9일에 여러분이 투표하면 저희는 이기고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 발언 내내 서울 시민들은 “윤석열”, “잘한다, 윤석열”을 외치며 응원했다. 빨간 옷을 입은 지지자들은 빨간 풍선과 태극기를 흔들며 윤 후보를 연호했다. 대형 북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유세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거리를 가득 채운 인파에 윤 후보는 연신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그는 “이렇게 많이 지지하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여러분들의 지지와 격려를 보니까 이미 이번 대선이 끝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시민들의 응원에 ‘트레이드 마크’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수차례 선보이며 지역민을 향해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신촌 유세에서는 윤 후보의 경선 경쟁상대였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지원사격이 눈길을 끌었다. 네 명의 경선주자가 함께하는 유세는 공식선거운동이 개시된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이다. ‘원팀 행보’를 통해 윤 후보의 서울 승세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연단에 선 원 전 지사는 “저는 윤 후보와 경쟁했던 사람이지만 우리는 국민이 뽑아준 윤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우리의 승리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외쳤다.
이후 마이크를 건네받은 유 전 의원은 이재명 후보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통이라고 한다. 여러분 이거 믿으시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 정권 5년이 그대로 연장되는 것”이라며 윤 후보 당선에 힘을 실었다.
홍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경제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게 국가 안보”라며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경각에 달렸는데 미적거리고 평화 타령만 하고 어떻게 이 나라를 지키겠느냐. 꼭 3월9일 모두 투표장에 가셔서 정권교체를 하고 새로운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윤 후보는 유세에 앞서 3·1절을 맞아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운동가 묘역에 참배했다. 이날 참배에는 독립운동가 후손 30여명을 비롯해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손녀 김을동 전 의원 등이 함께 했다.
윤 후보는 순국선열에 대한 경례와 묵념을 하며 숭고한 넋을 기렸다. 그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충원에 모신 순국선열들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우리가 이 자유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살 수 있었겠나”라며 “오늘 하루만은 온 국민이 다 함께 선열의 값진 헌신을 되새기고, 이 나라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 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그런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작·신촌=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