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이아 간다’, GGA서 LoL 배워봤더니

‘올해는 다이아 간다’, GGA서 LoL 배워봤더니

기사승인 2022-04-07 08:00:02

문대찬 기자(오른쪽)가 '이안' 안준형 코치에게 피드백을 받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PUBG’ 등 다수의 e스포츠 선수단을 보유한 글로벌 e스포츠 기업 젠지 이스포츠(이하 젠지)는 2020년 여름부터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GGA)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이곳은 프로게이머 및 코치, e스포츠 관련 직종이나 대학 진학 등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다. 

GGA는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PLAY’, 관련 직종 진학 및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LEARN’ 등 2가지 커리큘럼으로 맞춤 교육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PLAY 커리큘럼을 세분화해 연령, 티어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일종의 취미반을 개설했다. 

취미반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매주 1회씩 학생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놓고 개인 피드백과 팀 피드백이 진행된다. 또 2주에 1번씩은 코치들이 패치 노트를 중심으로 최근 메타 등을 정리해 강의하는 시간(세미나)이 마련된다. 

젠지의 도움으로, 쿠키뉴스는 GGA의 LoL 취미반 커리큘럼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얻었다. 수업은 코치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지난달 29일 강남구의 젠지 본사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12.5b 패치에 따른 메타 변화 강의를 필기한 모습. 

이번엔 어떤 챔피언이 뜨나… ‘꿀챔’ 알아야 티어가 오른다 

이날은 개인 피드백에 앞서 LoL 12.5b 패치를 기준으로 챔피언 성능의 변화를 짚는 세미나를 가졌다. 전 프로게이머 출신인 ‘쿠키’ 최병국, ‘이안’, 안준형, ‘헬리오스’ 신동진 코치가 참여했다.

코치진은 ‘신짜오’와 ‘그웬’의 성능 저하로 인한 탑 정글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면서 ‘돌진 조합’과 ‘포킹 조합’이 솔로랭크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텀은 징크스, 제리 등의 너프를 짚으면서 메타 변화를 강조했다.

원거리 딜러 포지션에서 뛰는 기자의 경우 챔피언 ‘징크스’를 가장 선호하는데, 코치진은 “마나 너프가 생각보다 뼈아프다”며 ‘사미라’와 ‘루시안’을 플레이 해 볼 것을 권했다. 이밖에 ‘콩콩이’ 룬에다가 방관 아이템을 섞은 ‘자야’를 플레이하면 랭크 티어가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LoL 전적 및 통계 사이트인 OP.GG에 따르면 ‘사미라’와 ‘루시안’은 수업 이후 챔피언 티어가 가파르게 오르더니 6일 기준으로 1티어에 안착했다. 수업 당시 3~4티어에 머물렀던 ‘자야’ 역시 승률 50.53%로 2티어까지 올랐다. 반면 징크스는 50% 승률이 깨진 49.62% 기록했다.

최 코치는 “오래 선수생활을 하면서 쌓인 빅데이터가 있다. 챔피언 성능을 빠르게 캐치해 학생들에게 전달해주려고 한다. 유튜브보다 일주일 정도는 더 빨리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코치는 “천상계에서 유행하는 빌드는 하위 티어에선 바로 적용이 안 된다”며 “그걸 빠르게 알고 써먹어서 꿀을 섭취하는 게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GGA의 코치진. 왼쪽부터 최병국, 안준형, 신동진 코치. 

잔뜩 긴장했는데… 돌아오는 건 칭찬?

1시간 정도의 세미나를 마친 뒤엔 솔로랭크를 플레이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 마련됐다. 각자의 포지션에 맞게 코치가 배정됐다. 기자의 경우 안 코치가 담당을 맡았다.

기자는 당시 안 코치의 조언에 따라 ‘포킹 조합’에 어울리는 ‘카이사’를 플레이했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한지 몇 분도 되지 않아서 탑 라이너가 트롤링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게임이 급속도로 불리해졌고, 이에 분노한 다른 팀원들마저 게임을 놓아버렸다. 중반 단계로 접어들기도 전에 게임이 종료됐지만, 안 코치는 이 가운데서도 최선의 피드백을 건넸다. 

안 코치는 “다른 라인의 플레이에 신경 쓰기보다,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하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기자가 소규모 교전 상황에서 매우 잘 큰 상대에게 스킬을 쏟아 붓다가 전사하자 “상대 아이템 상황을 보고 전투에 임했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에게 스킬을 배분해 1킬이라도 따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디테일이었다. 

이후엔 이전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돌려보면서 피드백을 진행했다. 여기에서 안 코치는 “귀환 뒤 돈을 너무 쓸 줄 모른다”며 “잠깐의 대기 시간, 물약 등을 판매하면 1코어를 빠르게 띄울 수 있는데 생각 없이 상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돌풍’ 대신 ‘장화’를 구매해 라인에 복귀한 기자는 한 끗 차이로 상대를 잡지 못하고 전사했다. 

그러면서도 안 코치는 따뜻한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자의 징크스 플레이를 두고 “대포폼과 미니건을 상황에 맞게 아주 잘 교체한다”, “카이팅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 “스킬형 챔피언보다는 카이팅형 원거리 딜러가 잘 어울린다” 등의 칭찬을 연달아 건넸다. 최근 연패가 길어져 잔뜩 주눅이 들어있던 기자로선 자신감을 되찾게 만드는 피드백이었다.
신동진 코치에게 강한결 기자가 피드백을 받고 있다.

동행한 기자들 역시 강요보단 설득이 우선시되는 수업 방식에 만족감을 표했다.

신 코치에게 피드백을 받은 강한결 기자는 “스킬 활용으로 정글링 속도를 단축시키는 방법이나 갱킹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법 등, 소소하지만 넘어가기 쉬운 팁을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면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나만의 나쁜 버릇도 알게 됐다. 상황이 불리함에도 강박적으로 오브젝트에 집착을 한다거나, 한 라인만 게임에서 눈에 띄게 개입을 하는 등 혼자 게임하면 알 수 없던 부분을 깨닫게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코칭 방식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말씀하신 부분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 조금 더 개선점을 만들기 위해선 기존의 A플랜보다는 B플랜을 도입하는 것도 나빠보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면서도 개선을 위해 설득한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전했다.

최 코치와 게임을 진행한 김찬홍 기자는 “이전에는 게임 코칭에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창의성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견을 먼저 듣고 플레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니 내 고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강하게 침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피드백을 실전에 도입하는 게 아직까진 익숙하지 않지만 익숙해진다면 나중에 티어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며 “수업을 진지하게 신청해 볼까 고민 중이다. 오버워치나 발로란트 등 다양한 게임에 걸쳐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진 코치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코치님 좋아서 춘천에서 서울까지”

강원도 춘천에 사는 정의진(19)군은 지난해 우연히 베타테스터에 당첨돼 GGA의 문을 열었다. 온라인으로 코치들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LoL의 재미에 눈을 뜬 정군은,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씩 GGA 사옥을 찾아 수업을 듣는다. 왕복 4시간 남짓의 고된 여정이지만, 정군의 표정은 밝다.

그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코치님들이 재미있다. 친구처럼 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선생님처럼 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피드백을 강도 높게 했다가 장난을 치시는 분들도 있다”며 GGA의 장점을 꼽았다.

정군은 “같은 게임을 하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다.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들과 시간을 정해서 오프라인에서 만나 놀기도 하고 인연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GGA 입학 당시 ‘골드4’였던 그는 현재 ‘다이아몬드4’ 티어까지 수직 상승했다. 

정군은 “배우고 한 달 만인가 플레티넘을 찍었다. 수업에선 스스로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플레이가 외에, 내가 아예 모르는 디테일한 부분을 짚어준다. 혼자서는 한 달 봐도 모를 것들을 배울 수 있다”며 “10개를 알려줬을 때 1개만 제대로 이해해도 게임에서 써먹을 수 있다. 바로 변화가 느껴지니까 티어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취미로 게임을 배웠던 정군은 꿈이 생겼다. “처음에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실적으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최근에 GGA에 주니어 코치 모집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내가 오래 이 곳에 다니기도 했으니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하고 있다.”
팀 게임 플레이 후, 바텀 라인전 구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40살 아저씨도 게임 배우러… 티어 상승 어렵지 않다

GGA 취미반은 프로데뷔반과 다르게 기본기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고, 팀 단위보다는 개인의 기량에 맞춰 피드백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신 코치는 “티어별로 수업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스탭 바이 스탭이 중요하다. 아이언이나 브론즈 티어 학생들은 CS 먹는 법, 정글링을 도는 연습부터 해야한다”며 “이후엔 메타에 따른 챔피언을 플레이하고, 자신만의 설계를 정립해가는 단계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만으로 단기간에 티어를 올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몸에 배어 있지 않은 플레이들을 배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설명하면 어느 순간 플레이가 변화하게 된다. 그러면 티어도 오른다”고 강조했다.

GGA 취미반은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고 있다.

최 코치는 “취미반 수강생들은 미성년자와 성인 비율이 5:5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취미로 수업을 듣거나, 더 늦기 전에 프로에 도전하기 위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나이가 가장 많은 학생은 40살의 탑 라이너다. 적응을 걱정했는데 16살 학생과 트러블 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며 “삼촌이 조카와 놀듯이 풀어줘서 수업 분위기가 밝다. 게임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 하니 나이를 초월한다. 티어도 아이언에서 브론즈로 올랐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코치는 피지컬이 부족해도 티어를 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강한 타이밍과 이기는 타이밍, 그리고 스킬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알고 있으면 마우스 컨트롤이 느리더라도 상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며 “상황 판단 능력을 기르면 티어는 자연스럽게 오른다. 내 플레이를 패턴화시키면 처음 보는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GGA 관계자는 “취미반은 프로 데뷔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진입장벽 없이 많은 게이머들에게 수업을 제공하고 싶어서 마련된 커리큘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취미로 시작한 학생도 더 깊게 배우고 싶다면 상위 커리큘럼을 선택할 수 있다. 이밖에 e스포츠 산업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LEARN’ 커리큘럼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취미로 수업을 들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진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연함이 GGA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사진=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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