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과업체들이 전 세계 물가 상승 흐름 추이에 맞게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리온은 햇수로 9년째 가격 동결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유의 경영 효율화와 수익 중심 생산 방식은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오리온은 “과거 대학생들의 과자뗏목이 지금의 오리온을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행보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제과 및 빙과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에는 농심이, 3월에는 빙그레가 각각 주요 스낵·빙과 제품 가격을 올렸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빼빼로와 빈츠 등 일부 과자 및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이같은 가격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세계 물가 상승 흐름 등으로 인해 곡물과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국제 곡물가격과 유가가 상승하며 음식료 업체들의 포장재 단가와 물류비에 상승 압박을 줬다는 관측이다.
이런 와중에 2013년 이후 9년째 가격을 동결하고 있는 오리온에 대한 관심이 주목된다. 오리온 간판 제품인 초코파이는 1상자(12개)에 4800원으로 9년 전 가격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포카칩이나 오징어땅콩 같은 제품들도 각각 1500원으로 9년 전 가격을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가격동결을 유지할 것이라 전했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실적은 상승세다.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 2조3555억원, 영업이익 37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6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85% 소폭 감소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15.83%로 업계 상위권이다.
오리온은 이같은 사업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로 △데이터 경영 △수익성·효율성 중심 경영체제 등을 꼽았다. 오리온은 2016년부터 운영해온 ‘포스(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 데이터 경영’으로 소비자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포스 데이터는 매장에서 판매된 상품 정보를 실시간 수집한 기록이다. 판매가 저조한 제품은 생산물량을 줄이고, 재고 물량은 판매 프로모션을 촉진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오리온은 “이로 인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반품률을 0.5%대로 유지 중”이라고 전했다.
또 오리온은 광고, 판촉비를 줄이는 대신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오리온은 지난 2017년 동종업계 대비 보상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전문직 신설에 따른 인센티브도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 35개, 지난해엔 44개 신제품을 내놨다.
이밖에 포장재도 줄이고, 인쇄까지 흐릿하게 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로 인해 1년에 70억원 정도 비용이 절감됐다는 설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맛 좋고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경영 철학에 따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로 인한 수익을 제품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고 있다. 또 여기서 남는 이윤을 제품 증량 등 소비자에게 환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대학생들이 스낵 제품으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했다. 당시 허인철 부회장이 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2014년도부터 제품 포장재 크기와 인쇄 도수를 줄여 친환경에 기여하고 포장재에서 절감된 비용을 가격 동결 및 제품 증량에 사용해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