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다. 온갖 이야기가 빠르게 지나간다. 속도감에 휘말려 보다 보면 60분이 ‘순삭’(순간삭제)된다. SBS 새 월화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가 9일 첫 방송을 마쳤다.
‘우리는 오늘부터’는 혼전순결을 지키던 여자가 뜻밖의 사고로 아이를 임신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에서 시즌5까지 방영된 CWTV 드라마 ‘제인 더 버진:어쩌다 엄마’(2014)를 리메이크해 14부작으로 재구성했다. 배우 임수향, 성훈, 신동욱, 홍은희, 홍지윤, 김수로 등이 출연한다.
첫 회부터 많은 내용이 전개됐다. 보조작가로 일하는 오우리(임수향)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애 딸린 미혼모’라며 괄시당하는 걸 보고 혼전순결을 다짐했다. 성인이 된 현재, 그의 곁에는 2년째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남자 친구 이강재(신동욱)가 있다. 오우리는 이강재를 좋아하면서도 첫 키스 상대인 라파엘(성훈)을 종종 떠올린다. 코스메틱 그룹 대표 라파엘은 이마리(홍지윤)와 사랑 없이 결혼했다. 2년간 위암 치료를 마친 그는 이마리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이마리는 라파엘을 붙잡기 위해 그가 항암 치료 전 미리 냉동시켰던 정자로 인공수정 시술을 받으려 한다. 하지만 질염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를 찾은 오우리와 진료 차트가 바뀌며 운명은 뒤틀린다. 이후 자신이 임신한 걸 알게 된 오우리는 경악한다. 오우리는 이강재에게 프러포즈를 받자 임신 사실을 고백한다.
원작이 ‘막장 로코(로맨틱 코미디)’로 유명했던 만큼 리메이크작인 ‘우리는 오늘부터’ 역시 분위기가 꽤 과격하다. 자극적인 설정들도 일부 나오나 인물들의 서사와 어우러져 설득력을 얻었다. 연출은 빠르고 재기발랄하다. 적절하게 삽입된 배경음악은 극에 흥을 더한다.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극에 이질감 없이 흡수된다. 정신없이 보다 보면 재미있다는 감상만 또렷이 남는다. 다섯 시즌에 걸쳐 전개된 이야기를 14부작으로 압축한 만큼 흐름을 잘 이어갈지 관건이다. SBS ‘신기생뎐’과 KBS2 ‘아이가 다섯’에 이어 세 번째로 같은 작품에 출연한 임수향과 성훈의 만남도 반갑다. 첫 회는 4.1%로 출발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남은 회차 동안 로맨스, 가족애부터 출생의 비밀과 범죄 추적 스릴러까지 여러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 볼까
생각을 비우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가벼운 로코를 원한다면 바로 이 드라마다. 시종일관 유쾌한 드라마를 보고 싶은 시청자에게도 추천한다.
△ 말까
로맨스보다 코미디가 부각된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코미디 장르 특유의 과장된 캐릭터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다른 드라마를 권하겠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