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이거나 자극적이거나… 10대 예능 명암

교육적이거나 자극적이거나… 10대 예능 명암

기사승인 2022-05-13 06:00:30
KBS2 ‘자본주의학교’ 캡처

한 채널에선 아이들이 일하며 돈을 버는 데 여념이 없다. 치킨집을 일일 운영하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돌발 상황에 대처해가며 값진 수익을 벌어들인다. 또 다른 채널에선 육아로 골머리를 썩는 10대들을 비춘다. 육아 문제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여과 없이 담긴다.

예능계가 10대 청소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소비하는 방식은 극과 극이다. 공익적인 면을 부각하며 청소년의 성장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부터, 그간 터부시 됐던 10대의 성 문제를 겨냥한 콘텐츠가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KBS2 ‘자본주의학교’는 전자에 해당한다. 10대들의 경제생활을 주제로 한 관찰 예능이다. 청소년들에게 경제 활동의 장을 마련하고, 돈을 의미 있게 쓰는 법에 대해서도 교육한다. 파일럿 방송에서 아이들에게 시드머니를 주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했다면, 정규 편성 이후로는 일을 통해 돈을 버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금은 기부토록 해 교육적인 면을 더했다. 과거 MBC ‘아빠 어디가?’에 출연했던 가수 윤민수 아들 윤후 군과 고 신해철 딸 신하연 양,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현주엽의 아들인 현준희-현준욱 군이 출연 중이다. 이들은 각자의 관심사나 재능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자 골몰한다. 그 과정에서 자아를 탐구하고, 세상에 대해 알아간다. 경제관념을 익힘과 동시에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담긴다.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 캡처

반면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는 ‘자본주의학교’와 상반된 이야기를 보여준다. ‘고딩엄빠’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10대들의 임신과 출산, 육아기를 담은 관찰 예능이다. 예민한 소재인 만큼 내용도 파격적이다. 이들은 미성년자여서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 자녀의 출생신고도 할 수 없다. 청소년임에도 과거 낙태 경험을 고백한다. 육아로 인해 다투기도 한다. 가감 없이 담기는 미성년 부부의 생활은 때론 안쓰럽게, 때론 자극적으로 비쳐진다.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예능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가진다.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대본을 통해 가공된 청소년의 모습이 아닌, 실제 청소년이 현실에 부딪히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점 역시 호응을 얻는다. 다만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을 미디어에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고딩엄빠’에는 출연진이 부부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돼 논란이 됐다. 개입 없이 이를 관찰하기만 한 제작진의 행동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최근 넷플릭스 ‘소년심판’은 청소년이 범죄에 다다르는 배경과 피해자의 아픔 등을 아우르며 좋은 평가를 얻었다. 예능 역시 출연자가 미성년자인 만큼 방송 재미보다 출연진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일시적인 화제성을 쫓기보다는 미성년자들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10대를 단순히 신선한 소재로만 접근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이 자극적이기만 하면 잠시 주목받을 수 있어도 오래갈 수가 없다”면서 “제작진이 고민한 흔적이 보여야 시청자 역시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찰 예능은 리얼리티 쇼나 다름없다. 비난은 오롯이 청소년인 출연자가 짊어진다”면서 “윤리적인 문제를 생각하며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