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시작한 거짓말이 모든 걸 바꿨다. 이름이 바뀌고 인생이 바뀌었다. 갈수록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커졌다.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7년 영화 ‘싱글라이더’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리플리 증후군 이야기를 다뤘다. 배우 수지가 안나가 된 유미 역할을 맡아 첫 단독 주연으로 나섰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안나’ 제작발표회엔 수지를 비롯한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까지 배우들이 참석해 드라마 이야기를 나눴다.
“‘이건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날 수지는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는 말을 두 번 반복했다. 대본의 재미와 인물에 대한 공감도 중요했다. 하지만 ‘안나’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었다.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20여년의 인생을 완전히 달라진 인물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수지는 “내가 잘 연기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공감이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극 중 유미의 대사처럼 ‘마음먹은 건 한다’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배우로서 한번 도전해볼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욕심이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감정 변화가 잘 보였으면 했어요”
수지가 연기한 유미는 밝은 모습과 위축된 모습을 오간다. 목표가 확실해진 이후엔 눈빛과 행동이 다른 사람처럼 다시 변한다. 수지는 유미의 감정 변화가 잘 드러내기 위해 신경 써야 했다. 심리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유미가 안나가 되는 과정을 분석하기도 했다. 리플리 증후군이면 안나가 된 자신을 믿고 살아가야 하지만, ‘안나’에선 죄책감을 느끼는 유미의 불안이 더 많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지는 “(안나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며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전 못 견딜 것 같다. 안쓰럽기도 하고 정말 왜 이런 걸 견디면서 살까 싶어 연기하면서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이 왔다”고 말했다.
“바로 촬영 들어가면 되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수지와 함께 출연한 배우 정은채와 김준한도 ‘안나’의 매력을 소개했다. 김준한은 당장 촬영에 들어가도 될 탄탄한 대본을 출연 이유로 들었다. 그는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그 안에 나도 어딘가 속해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며 “아마 ‘안나’를 보시는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채는 “한 여성을 중심으로 10대부터 30대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이 짜릿하고 매력적이었다”며 “안나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도 입체적인 캐릭터로 등장해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