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에 가상이 얹어졌다.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이 벌어진다는 스페인 원작에 통일을 앞둔 한반도로 무대가 옮겨왔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며 시즌5까지 방송된 넷플릭스 ‘종이의 집’이 한국에서 최초로 리메이크됐다. 제목에서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한국판의 색깔이 더해졌고, 달리 가면은 하회탈 가면으로 바뀌었다. 오는 24일 공개를 앞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감독과 작가, 배우들이 2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이야기를 나눴다.
“이걸 만들어도 되나 싶었어요”
원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종이의 집’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히트한 오리지널 드라마 중 하나로 2018년 인터내셔널 에미상 베스트 드라마 시리즈 부문을 수상했다. 넷플릭스에서 집계한 시청 시간 기록도 매우 높다. 원작이 유명해 부담이 컸다는 배우 김윤진은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만 할 수 있는 이야기고, 원작의 장점을 압축해서 한국적으로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유지태 역시 “워낙 팬덤이 강한 드라마”라면서도 “우리만의 매력을 담았다”고 말했다.
“미래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우린 어떻게 생각할까요”
2026년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기존 비무장지대였던 곳에 가상의 공동경제구역이 만들어져 남북 공동 화폐를 만드는 통일 조폐국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종이의 집’ 원작을 만든 알렉스 피냐 총괄 프로듀서도 내전의 아픔을 지닌 스페인과 비슷한 근현대사를 겪은 한반도에서 통일을 앞두고 남북한의 강도와 인질들이 뒤엉키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김홍선 감독은 “어떻게 이 상황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볼 수 있게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미래로 배경을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총기가 불법이고 3면이 바다, 위로는 군사분계선이 놓여 도망갈 곳이 없는 한반도의 현 상황 역시 JEA를 만든 계기였다. 류용재 작가는 “돈을 훔치고 탈출하는 과정, 어떻게 배분하고 쓸지도 한국판만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파트2에서 확인해 달라”고 귀띔했다.
“활짝 웃는 하회탈, 해학적이고 기괴했어요”
스페인 원작 속 강도단은 자유를 상징하는 살바도르 달리의 마스크를 썼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선 한국 전통 탈인 하회탈이 등장한다. 하회탈은 늘 웃고 있지만, 때론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박해수는 “‘종이의 집’에서 가장 의미 있는 메시지 중 하나가 가면”이라며 “처음 하회탈을 썼을 때 느껴지는 위압감이 좋았다. 정면, 아래, 측면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모두 다르다”고 만족해했다. 한국판에서 어떤 가면을 쓸지 궁금했던 전종서는 하회탈 얘길 듣고 놀랐다. 그는 “무표정이 아니라 활짝 웃는 하회탈이 해학적이고 기괴하게 느껴졌다”며 “동시에 여러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현우는 “하회탈을 쓰면 표정이 안 보여서 더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