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예능 프로그램이 있냐는 얘기도 들었어요”
사람들은 뭘 보려고 넷플릭스에 들어가는 걸까. 적어도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다수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며 매번 다양한 입소문이 나온다. 예능은 제작 편수 자체가 적다.
이젠 달라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양한 한국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국내 예능 창작자 및 스튜디오 등과 협업을 진행하며 적극적인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넷플릭스 논픽션 콘텐츠팀을 이끌며 예능 및 논픽션 작품의 기획 제작 업무를 담당하는 유기환 매니저는 12일 오전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넷플릭스(Netflix) 한국 예능 상견례’ 행사에 참석해 넷플릭스 한국 예능 콘텐츠를 소개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Q. 넷플릭스는 예능 프로그램 거의 안 만들지 않나요.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내놓은 한국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은 ‘범인은 바로 너’를 시작으로 4년 동안 6개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제외한 결과다. 많은 분들이 넷플릭스가 예능을 하긴 하냐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6개 중에 ‘백스피릿’, ‘신세계로부터’, ‘먹보와 털보’. ‘솔로지옥’ 4개를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내놨다. 첫걸음 단계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지금도 많은 제작자와 여러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한두 달에 예능 하나는 볼 수 있도록 런칭할 계획이다.”
Q. 넷플릭스 한국 예능의 색깔은 무엇인가요.
“예능 프로그램은 재밌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다. 저도 방송국(JTBC)에서 하다가 오니 넷플릭스엔 확실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제작 기간 차이가 가장 크다. 넷플릭스는 일주일에 하나씩 방송국처럼 내는 구조가 아니다. 100% 사전제작이다. 자막 번역 기간도 거치고 기술 표준 점검도 거쳐야 해서 방송국 예능에 비해 제작 기간이 길다. 작품에 공들일 시간과 함께 비용이 지급된다. 그것도 분명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김태호 PD가 ‘먹보와 털보’ 제작발표회 때 “넷플릭스와 해보니 한정식을 만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먹보와 털보’는 네 달 동안 20회~30회 넘게 촬영하면서 3~4일 촬영을 한 회로 압축하기도하고 과감하게 버리기도 했다. 그게 넷플릭스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Q. 지금까지 넷플릭스 예능은 성공인가요, 아니면 실패인가요.
“넷플릭스는 명확한 시청률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헷갈려한다. 넷플릭스에서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은 한국에서 한국 시청자들에게 받은 호응이다. 많은 분들이 넷플릭스니까 외국에서 먹히는 게 중요하지 않냐고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저희 기조는 한국이 먼저다. 한국인이 좋아하고 사랑할 작품이 최우선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좋았지만 글로벌 TOP10에 오르지 못했다고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 2020년 말 ‘솔로지옥’ 기획안을 받았을 때,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예능으로 가자고 얘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한국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해외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았다”
Q. 한국 시청자가 그렇게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국 시청자 수준이 굉장히 높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도 높고 바라는 수준도 높다. 그 수준을 맞춰서 한국에서 통하면 글로벌에서도 당연히 통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시청자들은 넷플릭스 예능에서 지금까지 TV에서 보지 못한 콘텐츠를 기대한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이란 특성상 어떤 작품을 볼지 선택받아야 하는 구조다. 새로운 소재나 못 보던 그림을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또 한국 콘텐츠의 특징은 오리지널리티다. 다른 국가에서 방송한 포맷을 리메이크하는 걸 한국 제작자와 시청자 모두 선호하지 않는다. 제작자는 새로운 걸 만들려고하고, 시청자는 리메이크가 아닌 새로운 걸 찾는다. 한국처럼 매주 수십개의 오리지널 포맷이 쏟아지는 나라는 없다.”
Q.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예능 중 어떤 작품이 잘됐나요.
“‘솔로지옥’은 성공한 작품이다. 글로벌 비영어권 주간 순위 4위까지 올랐다. ‘먹보와 털보’도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본다. TOP10 순위가 도입된 이후 넷플릭스 한국 예능 중 1위를 차지한 건 ‘먹보와 털보’가 최초다. 한국 TOP10 순위에 30일 동안 머물렀다. ‘솔로지옥’은 41일 동안 머물렀지만, 매주 2회씩 28일 동안 공개했다. ‘먹보와 털보’는 한 번에 모두 공개했다.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Q.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예능의 단점, 혹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단점보다 몇 가지 한계라고 본다. 사전제작 시스템이라 제작 기간이 길어진다. 시의성 있게 빠르게 나오는 작품을 지금까지 선보이지 못했다. 방법을 찾고 있다. 방송인 유재석이 출연하는 ‘코리아 넘버원’은 이번 달 촬영해서 빠르게 공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작진과 협의해서 제작 기간을 단축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Q. 넷플릭스가 창작자를 발굴하거나 파트너를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먼저 기획안을 받고 길게 대화한다.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PD가 제작하고 싶은 작품과 넷플릭스가 지향하는 게 맞아떨어질 때 제작을 결정한다. 물론 지금까지 좋은 작품을 선보인 PD를 고려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전에 큰 작품을 하지 않았어도 지향하는 바가 명확하고 소통이 잘 이뤄지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지난해 ‘먹보와 털보’를 함께 한 김태호 PD나 ‘신세계로부터’의 조효진 PD는 모두 유명한 PD다. ‘솔로지옥’을 연출한 김재원, 김나현 PD는 사실 유명세를 보고 접근한 건 아니었다. 기획안과 원하는 것에 대한 소통이 원활했다.”
Q. ‘YG전자’와 ‘솔로지옥’처럼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 예능 프로그램도 있어요.
“이슈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구분하려 한다. 제작 과정에서 판별하지 못해서 일어난 문제인지, 제작 이후에 발생해서 제작진 손을 떠난 문제인지 구분한다. ‘YG전자’와 ‘솔로지옥’은 방영 이후 이슈가 새롭게 발생했다. 한 작품을 제작할 때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단순히 통째로 편집하는 방식은 또 다른 피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하려 한다.”
Q.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예능은 힘을 많이 준 큰 프로젝트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초반에 넷플릭스가 돈을 많이 쓰고 호화 캐스팅을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넷플릭스가 처음 예능을 시도하는 단계에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게 뭘지 생각하다가 그것에 집중했다. 그 자체로 웃긴 예능을 만드는 것도 주력하고 있다. ‘코리아 넘버원’은 스케일이 크지 않은 예능이다. 가장 중시하는 건 김연경, 이광수, 유재석이 웃겼으면 좋겠다는 거다. 세 사람의 짤(짧은 영상 이미지)이 돌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힘을 주는 것보다 웃긴 걸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도 웃긴 작품을 많이 시도하려고 한다.”
Q. 해외 시청자를 위한 자막은 어떤 방식으로 제작하나요.
“글로벌 시청자를 위한 팀과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소통한다. 이 작품은 어떤 표현과 언어가 사용되는지, 어떤 톤으로 번역하는 것이 좋을지 전문 인력과 늘 회의에서 얘기한다. 저도 놀랄 정도로 좋은 뉘앙스를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솔로지옥’에서 한 출연자가 ‘오빠?’라고 쪽지에 쓰는 장면이 있다. 많이 고민하다가 영어 자막에 ‘Oppa’라고 썼다. 생각보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해외에서 높아서 뉘앙스를 잘 찾아서 이해해줬다. 지속적으로 대화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