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다. 연립정부를 구성한 정당 일부가 드라기 총리와 갈등을 빚으며 지지를 철회한 탓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1일 드라기 총리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사임서를 제출했다. 드라기 총리는 대통령을 만나기 전 하원에서 “어제 진행된 여러 토론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간 우리가 함께 한 일들에 감사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되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당분간 직책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드라기 총리의 사임 표명은 전날 상원 표결에 부쳐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신임안 투표에서 촉발했다. 총 의석의 과반이 넘는 192명이 참석했고, 13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안건은 통과됐다. 하지만 드라기 내각을 구성한 주요 정당들이 표결에 대거 불참하면서 연정 유지 동력을 얻지 못했다. 드라기 총리와 대립각을 세운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자 연립정부 주축인 오성운동(M5S·Movimento 5 Stelle),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당 동맹(Lega)이 ‘보이콧’했다.
드라기 총리와 오성운동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260억유로(약 34조7000억원) 규모 민생 지원 방안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전날 표결에 앞서 드라기 총리는 상원에 단결을 호소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물가 상승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가 직면한 문제를 제시하면서 연설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정치적 위기는 지난 수개월 이어진 정국 안정을 뒤집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역임한 금융 전문가인 드라기 총리는 지난해 2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대응 실패로 물러난 오성운동 당수 주세페 콘테 총리의 자리를 이어받아 이탈리아 경제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6%를 기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