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만 보고 읽던 어떤 대통령과는 차원이 다름. 종이도 프롬프터도 없이 이게 가능”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 회견에 대해 이같이 한 줄 평을 남겼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인 청와대 시절과 규모, 격식, 의전 모두 달랐다 것을 함축적으로 빗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주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 연단에 선채 총 54분간의 기자회견을 서서 진행됐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4분 연장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언론을 향해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 이번에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사용됐던 프롬프터는 등장하지 않았고 준비된 A4 기자 회견문도 없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모두발언에 54분 중 약 20분을 할애하면서 향후 국정 방향 및 지난 100일의 성과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윤 대통령은 34분간 12개의 질문을 받았다. 강인선 대변인이 기자들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말미에 기자 회견을 끝내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아 잠깐만 아까 그 뭐야”라며 산업현장에서의 노조 투쟁과 관련한 질문에 추가 답변을 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퇴장했다.
기자회견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및 최상목 경제·이진복 정무·안상훈 사회·최영범 홍보·강승규 시민사회 수석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및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 대통령실 참모 8명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 기자 회견에 대해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손에 들린체 매일 보고 읽었던 A4용지가 사라졌다. 국민을 속이는 현란한 쇼통이 사라졌다. 짜고 치는 고스톱판과 같은 각본, 구성, 연출 속에 진행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사라졌다. 대통령이 읽고 참모들이 답하는 대리소통, 소통대리인이 사라졌다”며 “100일전 청와대는 있었지만 100일후 신용산시대에는 사라진 것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폐기했던 원전산업, 억제했던 방위산업이 수출주력산업으로 급부상했다. 대통령의 발언 속에 통계수치등 기타 내용에서 페이크가 사라지고 팩트가 살아났다. 외화내빈의 이전 정부의 가짜소통인 국민 쇼통이 사라지고 실사구시의 진정한 국민소통의 시대가 열렸다. 국민을 내세워 국민을 속이는 불통의 청와대의 먹통, 쇼통이 사라지고 진심을 담아 국민의 뜻을 경청하고 섬기는 진실한 국민소통의 신용산시대가 열렸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제민주주의를 이제 소통의 민주주의로 심화시키며 직접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신용산시대를 열었다. 한국의 대통령제 민주주의도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나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전세계의 그 어떤 지도자도 지금의 윤 대통령처럼 매일 도어스테핑을 통해 국민과 직접소통한 대통령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100일전 청와대와 100일후 신용산시대의 진정한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대통령의 회견에 대해 “국정 전반에 관해서 국민이나 언론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의 회견에 대해 “국민을 제대로 섬기겠다는 최고지도자의 의지 표명으로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잘 받들고 좇아가겠다는 자세 표명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현안의 문제점,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었고 거기에 대한 나름 해법까지 제시하려고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사전에 각본 없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은 굉장히 좋았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관해 국민께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자세히 설명했다. ‘소주성’과 ‘탈원전’ 등 이념에 사로잡힌 정책이 아니라, 위기의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의 활력을 살리고 규제를 풀어 미래전략산업을 육성하는 데 매진해왔음을 강조했다.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위한 노력도 경주해 왔음을 밝혔다”고 논평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노사 문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하고자 했다. 또 국민 주거 불안이 없도록 시장 원리에 반하는 각종 제도와 세제를 합리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 강화에도 힘써왔다. 외교·안보에 있어서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임기 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은 재건되었고, 역대 최악의 일본과의 관계 역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북한 문제에 있어 주변국과의 강력한 연대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담대한 계획’도 준비 중에 있다. 오늘 기자회견은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또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이다”고 말했다. 100일 동안 도어스테핑를 통한 노력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대통령 의지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여론조사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하며, ‘당면한 현안에 더욱 매진하면서 국민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늘 국민의 뜻을 살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로 국민의 뜻을 경청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속 소통하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은 칭찬할만하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각본이 있음에도 없는 척을 해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어스태핑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본과 미국은 매일 도어스태핑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새로 시작해 과도기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