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큰 죄 졌어? 뭘 저리 급하게나가”
13일 오전 국회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인 간담회’ 후 브리핑을 기다리는 취재진을 뒤로한 채 나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내던져진 현장 취재기자들의 불만 섞인 말이다.
이날 민주당은 언론노조 등 언론 관계 단체장들과의 만나 언론자유와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언론인 간담회를 열었다. 언론노조 측의 간담회 제안에 민주당이 호응하면서 마련된 자리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의 조속한 의결과 공영방송 민영화 저지에 뜻을 같이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특히 언론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언론은 자유로워야 한다. 언론을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제4부라고 부르는 이유도 민주공화국의 핵심적 제도이기 때문”이라면서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고 국민이 정확한 정보에 따라서 주권 의지를 드러내고 형성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적인 가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언론에 대한 중립성과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모인 자리로 언론 역할을 강조했음에도 이재명 대표는 정작 취재 현장에 있는 기자들과의 소통은 없었다. 비공개 간담회 후 이 대표의 브리핑을 기다리는 수십 명의 취재기자들과는 단 한마디의 말도 섞지 않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이 대표의 ‘언론 패싱’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에는 언론과 소통이 잦았다고 전해지지만, 국회 입성 후에는 이상하리만치 발언을 아끼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자신에게 쏠린 각종 의혹에 대한 언론의 질문 자체를 피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당 대표 공식 일정에서 공식 발언은 매번 하고 있지만, 백브리핑에는 일절 나서지 않고 있다. 소통을 강조해온 이 대표이지만 사실상 쌍방적 교류가 아닌 일방적 발언만 내놓고 있다. 이런 점은 국회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불만 사항이다.
특히 언론인들과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간담회 당일마저도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일부 취재진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이 대표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이런 기자들의 불만은 브리핑에 나선 한민수 대변인에게 질의 형태로 쏟아졌다. 한 취재기자는 “회의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도 언론인들이고, 이재명 대표에게 질문했을 때 답변 안 하는 것과 관련한 얘기들은 따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대변인은 “일체 그런 얘기는 없었다. 편하게 참석자들과 대표 의견 나누는 자리였고 모두발언 때 현업단체 대표들이 당부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의 조속한 상정과 통과 등에 대해 얘기 나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야당이 현재의 언론들에 대해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최 평론가는 1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의 언론 소통 부재에 대해 묻자 “어떤 정치 현안이 벌어지면 언론이 양쪽을 비교하는 양비론으로 몰고 가는데 이 경우 야당보다는 여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야당은 언론 보도가 치우쳐 있다고 느끼고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언론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잘못된 보도가 있다면 정당하게 항의도 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