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말하는 아이들 [나, (여자)아이들]

아이들이 말하는 아이들 [나, (여자)아이들]

기사승인 2022-10-29 06:01:11
그룹 (여자)아이들을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5년차 그룹, 자체 제작 가능한 아이돌, 독특한 콘셉트와 편견을 깨는 메시지. 어떤 표현으로도 매 앨범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쓰는 그들을 온전히 설명하기 부족해 보인다. 2018년 5월 데뷔 이후 공식 일정과 방송,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을 중심으로, (여자)아이들이 어떤 그룹인지 들여다봤다.

M2 리얼리티 웹 예능 ‘투 네버랜드(To NEVERLAND)’ 캡처

“항상 우리 곡으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게 좋은 것 같아”

2019년 2월 M2 리얼리티 웹 예능 ‘투 네버랜드(To NEVERLAND)’에서 리더 소연이 한 말이다. (여자)아이들은 데뷔할 때부터 자체 프로듀싱이 가능한 팀이었다. 단순히 자작곡을 써서 앨범에 수록곡으로 넣는 수준이 아니다. 데뷔 앨범부터 타이틀곡을 작사, 작곡했다. 매번 콘셉트와 메시지도 직접 기획하고, 안무도 직접 만든다.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자작곡 비율을 늘려간 (여자)아이들은 지난 17일 발표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아이 러브(I love)’에서 멤버들이 전곡 작곡, 작사에 참여했고 소연은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다.

소연이 직접 소속사 직원들을 불러 모아 새 앨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은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지난 5월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소연은 큐브엔터테인먼트 회의실에서 다음 앨범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했다. 앨범명은 물론, 앨범에 들어가는 곡 순서와 뮤직비디오, 의상, 헤어, 네일 시안까지 멤버가 직접 준비해서 발표하는 아이돌 그룹이 또 있을까.

(여자)아이들. 큐브엔터테인먼트

“곡 만들 때 멤버들에게 영감을 얻어요”

2018년 8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연이 한 말이다. “어떻게 하면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곡을 만들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영감이 떠오른다”라며 “멤버들이 저의 뮤즈인 셈”이라고 했다. 2018년 5월 데뷔 앨범 기념 공연에서도 소연은 “우리 콘셉트는 개성”이라고 했다. 자작곡을 쓰면서도 해당 파트가 어느 멤버에게 어울리는지 생각하며 조금씩 다르게 하려 한다는 얘기였다. 2019년 6월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어-오(Uh-Oh)’ 발매 기념 공연에서도 우기는 “여섯 멤버들의 개성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개성을 장점으로 꼽는 이유가 있다. 새로운 파트가 생겼을 때 멤버들 각자 가진 음색을 고려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멤버가 누구일지 고민하는 ‘퀸덤’ 한 장면에서 이들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여자)아이들은 매 곡마다 파트 순서와 배분이 조금씩 달라진다. 메인 보컬과 서브 보컬, 센터 멤버와 서브 멤버의 경계도 불분명하다. 멤버들을 실력순으로 줄 세워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그룹이 또 있을까.

Mnet ‘퀸덤’ 3차 경연. 유튜브 캡처

“(여자)아이들은 편견에 도전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2019년 10월 ‘퀸덤’ 3차 경연에서 소연이 한 말이다. 팬들이 추천해준 곡 중에서 선정한 ‘싫다고 말해’ 무대에서 (여자)아이들은 붉은 미니 드레스에 맨발로 무대에 올랐다. 소연은 “드레스에 어울리는 신발은 구두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설명했다. 세상 사람들이 가진 고루한 편견은 (여자)아이들이 가장 잘 다루는 주제고 자신 있는 무기다. 2022년 3월 첫 정규 앨범 ‘아이 네버 다이(I NEVER DIE)’ 발매 기념 공연에서도 소연은 “세상의 모든 편견에 관한 감정과 생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을 바에는 내 모습으로 미움 받는 게 낫다는 메시지를 담은 신곡 ‘누드(Nxde)’도 같은 맥락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소연은 “저는 항상 과감하고 싶고, 회사는 조심하고 싶어 한다”라며 작업 과정에서의 고민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들이 다음엔 어떤 편견에 도전할지, 어떻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Mnet ‘퀸덤’ 파이널 경연. 유튜브 캡처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아이들이란 장르를”

2019년 10월 Mnet ‘퀸덤’ 마지막 경연 영상에서 소연이 한 말이다. (여자)아이들만 하고 있는 음악, (여자)아이들만 할 수 있는 색깔을 알리고 싶다는 얘기였다. 또 “(여자)아이들이 하는 새로운 무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그런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퀸덤’에 출연해서 좋은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2019년 2월 (여자)아이들 미니 2집 ‘아이 메이드(I made)’ 발매 기념 공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소연은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어울릴까, 어떻게 해야 우리의 개성을 살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작업한다”라며 “하나의 장르보단 ‘(여자)아이들 노래’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당시 2년차 신인 그룹이었던 (여자)아이들이 그렇게 말한 지 3년이 흘렀다. 장르를 뛰어넘어 새로운 장르로 존재하고 싶다는 바람이 막연한 욕심이 아니었다는 걸 이제 충분히 증명하지 않았을까.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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