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新절약법 ‘징검다리 소비’…바뀌는 플렉스 문화

MZ세대 新절약법 ‘징검다리 소비’…바뀌는 플렉스 문화

욜로·플렉스 저물고 새로운 절약 트렌드 확산
“물가 상승 계속될수록 소비 현상도 유지될 것”

기사승인 2022-11-17 06:01:02
사진=임형택 기자

# MZ세대 중 한 명인 남 모씨(30대)는 몇일 전부터 유명 브랜드의 명품 가방이 갖고 싶어졌다. 하지만 제 값을 주고 사기엔 가격이 너무 비싸 백화점 상품권을 할인가로 먼저 구매한 다음 명품 가방을 살 생각이다. 상품권으로 명품을 사면 원가보다 몇 만원은 절약할 수 있다. 남씨는 “상품권 300만원을 할인 받아 290만원에 구입하고 가방을 산다면 10만원을 아낄 수 있다”면서 “브랜드나 종류별로 가격 차이가 크지만 그래도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들은 욜로나 플렉스 문화 대신 절약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새로운 절약 형태인 ‘징검다리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했다면 ‘징검다리 소비’는 무지출보단 유연한 소비 형태라 할 수 있다.

징검다리 소비란 물건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하나 이상의 사전 절차를 추가로 밟는 소비 패턴을 뜻한다. 징검다리에 돌 하나를 추가하듯이 시간과 노력을 더 들여서라도 현명하게 소비하겠다는 MZ세대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징검다리 소비는 생필품 구매부터 여행지에서의 지출까지 일상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앱테크로 모은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자급제 휴대폰을 구입한 다음 통신사별 알뜰 요금제를 비교해 결제하는 식이다. 생필품을 살 때 구매자를 모집해 공동 구매로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백화점을 갈 때 할인가로 상품권을 구매한 다음 쇼핑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또 여행을 갈 경우 해당 지역의 화폐를 사용해 소비 지출을 줄이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지역 화폐를 구매하기 위해선 별도 앱을 설치해야 하고, 구매한 이후에도 제한된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10% 내외의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편이다. 

지역화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서비스 활성화와 청년 지원혜택으로 지역 화폐가 보급되면서 사용 빈도가 크게 늘었다. 특히 MZ세대에게는 하나의 여행 아이템으로 통하기도 한다.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지만 평소보다 소비를 더 하게 되는 여행지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박효상 기자

MZ세대들은 이같은 징검다리 소비에 대해 또 하나의 ‘놀이 문화’로 해석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인 김 모씨(남·29)는 “보통 어떤 계기로 특정한 챌린지가 시작됐을때 MZ세대들은 ‘한번 따라해볼까’란 마인드가 앞서는 것 같다”면서 “징검다리 소비 같은 경우에도 사실 큰 목적 의식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지 유행하는 챌린지를 달성했다는 만족감이나 유행을 따라가고자 하는 욕망도 어느 정도 내포돼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무분별한 지출 대신 알뜰하게 소비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키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나온다.

일각에선 ‘플렉스 소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자신의 가치에 부합할 때만 통 크게 비용을 지출하는 가심비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고가의 물건 구매를 위한 상품권을 할인가로 구매하거나 지역 화폐, 중고 명품 거래 등을 적극 활용하는 식이다.

전문가는 징검다리 소비가 MZ세대 소비 특성과 경제 위기가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며 앞으로도 이같은 소비 형태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소비로 인한 기쁨이나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절약이나 절제를 잘 못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징검다리 소비도 기존의 소비 수준은 유지하되 저렴한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방안으로 소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데 본인의 에너지나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물가 상승에 따라 이러한 소비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최근 경제 상황이 MZ로 하여금 욜로나 플렉스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고 있다. 본인을 위한 과소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계기도 됐을 것”이라며 “경기가 나아진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소비 패턴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경기 위축이 쓰지만 좋은 약이 됐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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