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봤더니 [I See, 아바타]

‘아바타: 물의 길’ 봤더니 [I See, 아바타]

기사승인 2022-12-15 06:00:02
영화 ‘아바타: 물의 길’ 포스터

13년 만에 판도라 행성이 돌아왔다. 이번엔 숲이 아닌 바다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연인에서 가족이 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겪는 새로운 여정을 또 한 번 3D 영상으로 펼친다. 5편까지 계획된 시리즈 중 두 번째 영화다. 함께 제작한 3편을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로 더 좋아진 영상미, ‘아바타’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전 세계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바타: 물의 길’이 궁금한 관객들을 위해,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먼저 본 감상평을 전한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아바타’가 확장하는 방식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뛰어난 이미지 영향이다. 함께 연기한 사람보다 더 선명하고 정교한 나비족 이미지, 바람에 날리는 먼지와 물속 기포까지 형상화한 3D 기술력, 기존 영화에서 본 적 없는 낯선 카메라 시야가 주는 충격이 크다. 훌륭한 무언가를 목격한 감동을 자꾸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맘이 절로 든다. 판도라에선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르는 듯, 3시간12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아바타’ 시리즈의 서사나 완성도에 대해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아바타: 물의 길’은 3D 영상 기반 체험형 영화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한다.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에 적응하는 초반부를 지나면, 판도라 행성의 빛과 중력, 문화와 생태계에 적응해 영화 흐름에 올라타게 한다. 인물보다 환경에 몰입하는 체험이 ‘아바타’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재확인시킨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을 그린 1편과 달리, 이민 2세대와 소수자와 주류 원주민의 갈등으로 이야기 터전을 옮긴 이야기도 신선하다. 전작을 굳이 뛰어넘으려 하는 대신, 영역을 넓히는 영리한 선택으로 공감대를 넓힌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아바타’ 시리즈의 미래를 묻다

의외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최첨단 기술로 구현한 판도라 생태계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한 번, 이 생태계를 무자비하게 짓밟는 인간의 잔혹한 탐욕에 또 한 번 눈물이 난다. 해양 생물들의 우아하고 역동적인 움직임, 생생하게 느껴지는 매끈한 물의 질감도 경이롭다. 다만 상영시간이 길긴 길다. 낯선 곳으로 이주한 제이크 설리 가족, 특히 자녀들이 겪는 각기 다른 갈등을 고루 보여준 영향이다. 회수하지 않은 떡밥도 있다. 후속을 염두에 둔 듯한 장치지만, 긴 상영시간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설정이었는지 의문이다.

제국주의와 환경착취에 대한 비판은 새롭기보다 필연적인 메시지였다. 나비족과 스카이피플(지구인)의 대립을 다룬 ‘아바타’ 1, 2편이 비슷한 주제를 되풀이한 이유다. 5편까지 제작될 ‘아바타’ 시리즈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2년 뒤 등장할 ‘아바타’ 3편은 1, 2편보다 나아간 화두를 제시할 수 있을까. 나비족과 스카이피플 사이 복수의 고리를 끊고, 이야기는 더 확장될 수 있을까. 판도라라는 상자 안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을지, 일단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3시간이 ‘순삭’되는 마법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의 연속이다. 잘 만든 상업 영화다. 영화는 3시간12분 동안 관객 마음을 마구 주무른다. 감탄할 장면에선 탄성이 튀어나오고, 뭉클한 장면에선 기다렸다는 듯 눈시울이 붉어진다. 감정이 요동칠수록 몰입감은 극대화된다. 압도적인 영상미는 ‘아바타: 물의 길’의 가장 큰 무기다. 볼수록 스크린 속 세상이 현실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막대한 자본의 힘은 영화 내내 빛을 발한다. 넓게 펼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좋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긴 상영시간이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끝나면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실패하지 않을 선택이다.

‘아바타: 물의 길’은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던 판도라 행성을 순식간에 소환한다. 더 웅장해진 무대에서 이방인의 설움, 자아정체성 혼란 등 주제들을 직설적으로 담아낸다.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을 망가뜨리는 흐름은 전편과 같다. 익숙한 얼개에 정서적인 면을 강화하며 변화를 꾀했다. 영화가 관객의 감정을 뒤흔드는 방식은 억지 신파가 아니다. 각 인물 내면을 착실히 그리며 관객에게 공감할 여지를 열어둔다. 한 가정을 침범하는 건 개인의 원한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건 집단의 이기심이다. 복수심과 욕심에 맞서는 건 가족애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최대한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앞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회수되지 않은 단서는 후속편을 기대하게 한다. ‘아바타: 물의 길’이 선사한 만족감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 3’ 개봉을 예고한 2024년이 기다려진다.

이준범 이은호 김예슬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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