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역대급 한파…삼중고‧PF 위기‧전세사기까지 [굿바이 2022]

부동산 역대급 한파…삼중고‧PF 위기‧전세사기까지 [굿바이 2022]

기사승인 2022-12-30 09:00:17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쿠키뉴스 DB.

올해 부동산 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 고금리‧가격하락‧경기 위축 등의 악재는 물론 분양시장과 매매, 전세 시장에도 역대급 한파가 불었다. 레고랜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까지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쿠키뉴스가 올 한 해 부동산 업계 주요 사건을 정리해봤다.

금리인상‧거래절벽‧역전세 ‘3중고 악재’

한국은행은 올해 사상 첫 6번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지난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영끌족들은 물론 금리부담으로 인한 패닉이 지속됐다. 금리 인상은 주택시장 거래 침체로 이어졌다.

올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아파트매매거래량이 최초로 전세거래량보다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까지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국 26만2000건으로 역대최저 거래량에 이어 처음으로 50만건 미만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은 7만6000건이 거래 됐으나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10만건에도 못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거래 침체에 집값도 하락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천정부지 치솟던 서울은 6개월 넘게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는 1.37% 하락해 전월(-0.77%)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같은 기간 -0.81%에서 -1.34%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매몰 적체가 두드러지는 대단지 위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전셋값은 2배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11월 전국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전월(-0.88%)대비 -1.55%로 하락폭이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수도권은 -1.24%에서 -2.18, 서울-0.96%에서 -1.84%, 지방 -0.56%에서 -0.98%로 전국에서 떨어져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셋값 급등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역월세’ 현상까지 발생했다. 전세 계약 당시 보다 집값이 폭락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는데 부담을 느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지급하는 것이다.

동시에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수요도 4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KB국민은행 조사 기준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연 환산이율)은 평균 3.28%로 전월(3.24%)대비 0.04%p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4월(3.29%)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함영진 직방 실장은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PF위기 내년 본격화…건설사 줄도산 우려

레고랜드 발 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도 건설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는 지난 9월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약속했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 ABCP를 발행했으나 강원도가 만기를 앞두고 대출채권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하면서 부도 처리됐다. 이에 2050억원으로 막을 수 있던 사태가 ‘50조원+α’급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특히 내년 상반기 부동산 PF 만기를 앞둔 건설사 신용·유동성 공여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잔액이 13조원이 넘어 건설사 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사의 위기는 시작됐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종합건설업체로 등록한 건설사 중 총 5곳이 부도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경남 2곳, 부산 3곳 등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180건으로 지난해 하반기(135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PF 위기에 공사가 지연·중단되기도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부동산PF 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난 10월 기준 40개 업체의 사업장 233곳 중 31곳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지연 혹은 중단 이유로는 ‘PF 미실행’이 66.7%를 차지했다.

이 같은 위기에 건설사들도 긴장 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미분양 발생 혹은 사업 계획이 밀릴 경우 PF 상환에 차질이 생긴다”며 “올해까지는 그래도 미분양이 있어도 큰 위기는 아니었지만 내년부터는 우려가 큰 상황으로 대비하고 있던 사업도 미루고 있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부동산 시장이 잘 될 때는 입지만 좋아도 잘 팔렸는데 지금은 부동산 시장 흐름이 완전히 꺾였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분양 물량을 줄이고 분양 전략 등에 대해 더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3명의 빌라왕 사망…전세사기 피해 속출

올 하반기 수도권 일대에 빌라 1139채를 소유한 빌라왕 김모씨의 사망은 큰 충격을 줬다. 김씨가 사망함으로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 빌라왕 김씨에 이어 주택 240채를 소유하던 정모씨, 인천 일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을 소유하던 20대 송모씨도 사망했다. 임차인들이 송씨에게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 규모는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더욱이 김씨가 ‘바지사장’으로 의심되며 건축주‧브로커‧공인중개사‧대출상담사까지 짜고 친 조직범죄의 정황이 짙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알려지지 않은 악성 전세사기범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상위 30명의 전세사고 건수는 3459건, 사고 금액은 7250억원에 달했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사례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일종의 악성 임대인을 뜻한다. 특히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중 상위 5인의 사고건수는 각 200건을 초과하는 등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증사고 지속에 HUG의 보증배수도 증가해 보증상품 운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의 보증금은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하지 못한다. 그러나 HUG 등에 따르면 HUG의 보증배수(자기자본 대비 한도사용액의 비율을 의미)는 올해 말 52.9배를 기록한 뒤 내년 말 59.7배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4년 보증배수가 66.5배에 달해 법정 한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HUG의 추정치대로 보증배수가 늘어날 경우 2024년에는 전세반환보증금을 비롯한 보증상품 운영이 중단될 수 있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도 전세사기의 사전적 대책을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사후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같이 고금리로 인해 갭 투자자들이 이자에 허덕일 때는 이자 후불제, 이자 유예제도를 통해 지금 내야 할 이자를 3~4년 뒤에 원금과 포함해서 내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전세제도다”라며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 있는 한 한정된 대안과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세자금 대출이 서민 대출임을 강조하다 보니 시장에 너무 많은 자본이 풀려져 있다. 상환 능력을 고려와 전세금 관련 비율을 축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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