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에 나섰다. KB금융 노협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투자와 관련해 손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외 사업과 리스크 관리 전문가가 이사회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노협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최대의 ‘투자 실패’로 기록 될KB부코핀의 리스크 관리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주주제안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KB노협은 지난 2017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금융권 최초로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나선바 있다. 이후 지난해까지 총 5차례 도전을 이어갔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그 결과 전문성과 상관 없이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가 선출됨에 따라 해외투자 실패 등 갖가지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이 KB노협의 설명이다.
KB금융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2조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음에도 누적 적자가 7000억원에 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류제강 의장은 “KB금융의 아픈 손가락인 인도네시아 KB 부코핀의 경영 성과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아직 결산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저희 노동조합에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22년도 한 해에만 당기 순손실 규모가 6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손실 인식은 지분 비율을 감안해야 되겠지만 지금까지 총 2조원에 달하는 자본 투하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1년까지 2146억의 손실 인식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지난해에만 4000억원이 넘는 손실 인식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누적 손실이 7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류 의장은 부코핀은행의 손실이 확대되는 동안 경영진과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 한 것으로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이런 상황들을 예견해 회사 측에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경영진과 회사는 ‘문제없다’는 변명에만 급급했다”면서 “지난해 8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까지, KB부코핀과 관련한 다섯 차례 이사회 의결에서 단 한 번도 단 한명의 반대나 의견제시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KB노협은 이에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이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고 예고했다. 임경종 후보는 6년 이상의 인도네시아 현지 근무 경력을 포함해 한국수출입은행에서 33년 동안 근무하면서 해외사업과 리스크 관리 분야에 전문성을 쌓아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KB노협은 임경종 후보을 두고 은행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충분한 실무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이어 해외사업부문 정상화를 위해 KB부코핀은행에 대한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고 현지 영업력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적의 후보자라고 봤다.
아울러 KB노협은 현 정부 출범 후 다시 대두되고 있는 이른바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정관 개정도 주주제안을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공직자 윤리법’을 준용해 최근 5년 이내에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하자는 제안이다.
류 의장은 “다시 두 가지 요청을 담은 주주제안에 나서는 이유는 순수하게 2만여 임직원의 대표로써 KB금융의 해외사업 부문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주주와 금융소비자를 위해 복무하는 올바른 금융회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령에 근거한 합리적인 주주제안이 과거와 같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지 모른다”는 악의적인 프레임과 “단지 이사회가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산되지 않도록 시민사회와 언론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김정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당선인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KB국민은행 지부는 주주의 이익 차원에서 경영의 투명성은 필수이며 그런 부분에 부합한 훌륭한 후보들을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해 왔다”며 “경영의 투명성과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을 이어가고 낙하산 인사 영입 방지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KB금융 사측은 KB부코핀은행의 경우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경영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KB부코핀은행의 경우 배드뱅크를 인수해서 굿뱅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패한 해외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자본 투입을 통한 우량은행 전환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