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출을 두고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 개정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가 KB금융 이사회에 제출됐다. 주주제안서에는 해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던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제안 방침을 철회했다.
10일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낙하산 방지 정관 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서를 전날 오후 이사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다음달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최대 5년인 임기 만료에 따라 최소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출한다. 뒤이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11월 임기 종료에 맞춰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KB노협이 주주제안한 정관 개정은 최근 금융공공기관에 이어 민간금융기관에서 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관치금융’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직자 윤리법’을 준용해 최근 5년 이내에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외이사로는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PT KOEXIM MANDIRI FINANCE)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임경종 후보는 6년 이상의 인도네시아 현지 근무 경력을 포함해 한국수출입은행에서 33년 동안 일하며 해외사업과 리스크 관리 분야에 전문성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KB노협은 KB국민은행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부실 관리를 위해 해외금융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류제강 KB노협 의장은 “회사측이 부코핀 은행의 정상화 시점을 2023년이 아닌 2025년으로 말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추가 부실규모’를 감안한 임기응변일 뿐”이라며 “지금까지 반복해 왔던 것처럼 갈수록 늘어나는 추가 부실로 충당금 적립은 지속되고 투자 실패가 확대 될 수 있는 우려를 명확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KB금융을 포함해 7개 금융지주사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중장기적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제안 방침을 철회했다. 얼라인은 요구에 따라 중장기적 주주환원 정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주주 제안 등을 포함한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은 이같은 요구에 따라 지난 7일 실적발표와 함께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초과분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33%에 달하는 2022년 총주주환원율을 제시했다. 얼라인은 “(33%의 총주주환원율은) 역대 은행업계 최대 수준으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상 요구 수준에 부합한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