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은행 위기시 ‘기술혁신’ 위축…벤처캐피털 보완 가능”

한은 “은행 위기시 ‘기술혁신’ 위축…벤처캐피털 보완 가능”

기사승인 2023-02-10 14:56:08
쿠키뉴스DB

은행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산업기술 혁신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벤처캐피털이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벤처캐피털이 은행의 일부 대체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성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과장은 10일 ‘은행 위기와 벤처캐피털이 기술혁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BOK 경제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이 신용대출을 취급하기 어려워지는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기업의 기술혁신 활동이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위기는 과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과 같이 한 국가의 은행 부문이 많은 수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경험하고, 갑작스럽고 심각한 수준의 은행 계좌 인출이 발생하며 기업과 금융기관의 채무불이행이 급증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1980∼2012년도 31개국 제조업체의 혁신 활동을 산업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패널 데이터를 기초로 은행 위기 자료, 벤처캐피털 자료를 결합해 실증분석했다.

분석 결과 은행에 위기가 발생하면 외부금융에 의존적인 산업일수록 혁신 활동이 위축됐다. 구체적으로 산업별 외부금융 의존도가 한 단위 증가할 때마다 특허 출원 수와 인용 수가 평균적으로 각각 35.9%, 11.5% 감소했다. 또한 특허 독창성(다양한 분야를 인용할수록 높음)과 일반성(다양한 분야로부터 인용 받을수록 높음) 점수도 각각 17.6%, 26.6% 감소했다.

다만 은행 위기에 따른 기술혁신 위축은 벤처캐피털이 발달한 곳일수록 완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한 국가의 벤처캐피털 지수를 7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때 평균 3.786 보다 1.458점 이상 높을 경우 은행 위기에도 특허 출원 수 감소가 완전히 상쇄됐다. 인용 수는 평균보다 0.848점, 독창성은 평균보다 0.963점, 일반성은 평균보다 1.701점 이상 높을 때 충격이 없었다. 

성 과장은 “기술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중요하고 특히 은행 신용경색, 은행 위기시 벤처캐피털이 대체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 대상 기간보다 최근에 특허 수와 벤처캐피털 지수 모두 올랐기 때문에, 한국에서 은행 위기가 발생할 경우 과거보다는 벤처캐피털이 대안적 역할을 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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