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열 증권사들이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대비 적게는 50%대에서 많게는 70%대까지 실적이 하락했다. 그 가운데 하나증권의 충격이 가장 커 비은행 강화에 나서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 하나금융은 인수합병부터 신사업 진출까지 비은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에 들어갔다.
11일 은행계열 증권사인 신한투자증권(신한금융)·NH투자증권(농협금융)·KB증권(KB금융)·하나증권(하나금융)·IBK투자증권(기업은행)의 2022년 연간 당기순이익은 총 1조948억원으로 전년(2조4540억원) 대비 55.38% 급감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함께 글로벌 증시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시장이 침체된 영향이다.
실적 하락 충격이 가장 큰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5066억원에서 2022년 1260억원으로 75.10% 감소했다. 특히 하나증권은 지난해 4분기 1595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하나증권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한 이유는 결국 주가 하락에 따른 수수료이익 감소와 매매평가 손실이다. 지난해 수수료이익은 3871억원에 달했지만 전년도 대비 34% 줄었고, 1415억원의 매매평가 손실과 함께 1482억원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실적하락을 견인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해에는 자산 부실화에 대비한 선제 대응 등 위험 관리에 집중하면서 수익 다변화와 상품 경쟁력 강화 등 사업 부문별로 질적인 성장을 추진해 2022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시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실적이 급감하기는 마찬가지다. NH투자증권은 2021년 9315억원에 달하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3029억원으로 67.48% 감소했고, KB증권은 5943억원에서 2063억원으로 65.30% 줄었다. NH투자증권은 정영채 사장이 KB증권은 박정림 사장이 각각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IBK투자증권도 1008억원에서 471억원으로 연간당기순이익이 줄었다. 그나마 IBK투자증권의 실적 하락률은 53.3%에 그쳤다.
은행계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이 증가한 곳은 신한투자증권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3208억원(2021년)에서 4125억원으로 28.60% 증가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역시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면 여타 증권사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수수료수익은 8485억원에서 6989억원으로 줄었고, 자기매매수익은 6523억원에서 1928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수익 감소에도 실적이 증가할 수 있었던 배경은 사옥 매각에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여의도 소재 본사 사옥을 지난해 7월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6395억원. 사옥 매각이익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당긴순이익은 907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순익은 전년도 대비 71.7% 감소한다. 하락 폭이 하나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은행계 증권사들의 실적 하락에 은행지주들의 비은행 강화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은행지주들이 비은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양재혁 하나금융지주 상무(CSO)는 지난 9일 컨퍼런스콜에서 “경쟁사 대비 비은행을 중심으로 이익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며 “그룹은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인수·합병, 투자, 신사업 진출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