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향후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 이에 금융사들은 충당금을 대폭 늘리며 대출 부실화에 대비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이전 최대였던 2021년(14조5429억원)보다 8.9%(1조3077억원) 늘어났다. 4대 지주 소속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이 32조7949억원에 달하며 금융지주의 순익 증가를 견인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상황은 똑같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6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28.9%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뱅크의 실적 증가도 2021년 7860억원에 불과하던 이자 이익이 1조2939억원으로 64.6%나 증가한 영향이 컸다.
금융사들의 이자이익 증가는 실적 상승에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높아진 대출 이자는 연체율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5개월 사이 모두 열 차례 금리 인상을 통해 0.50%였던 기준금리는 3.50%로 3.00%p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월 3.85%와 5.28%에서 지난해 12월말 4.64%와 7.97%로 0.79%p, 2.69%p 상승했다.
4대 은행의 지난해말 연체율은 이에 0.16~0.22%로 전년대비 일제히 올랐다. 국민은행 연체율이 2021년 0.12%에서 2022년 0.16%로 0.04%p 상승했고, 하나은행은 0.04%p 증가한 0.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각각 0.03%p 증가한 0.22%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연체율이 지난해 0.27%p 급등하며 0.49%까지 치솟았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불안으로 올해 가계의 대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8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계 연체율도 당연히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에서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이러한 경고에 충당금 확대로 대비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 한해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순전입액)은 5조1033억원에 달한다. 2021년보다 약 57%(1조8524억원) 늘어난 규모다. 대손충당금은 대출해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미리 곳간에 쌓아둔 돈이다. 금융권은 대출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취약차주부터 코로나 사태로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받은 자영업자, 대출을 한계까지 받은 영끌족 등의 연체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은 충분한 충당금 적립으로 대출 부실화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혼란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충당금을 적립했다”며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종료 등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가에서 ‘어닝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에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며 “이는 향후 대출이 실제 부실화되지 않을 경우 환입돼 실적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