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지칭하며 성과급과 퇴직금을 두고 ‘돈 잔치’ 비판을 제기하자 은행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의 후속조치를 우려하면서 ‘돈 잔치’ 비판에 억울한 면이 있다고 호소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은행 고금리로 국민들 고통이 크다.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도 “은행은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며 “은행 시스템은 군대보다도 중요한, 국방보다도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은 대통령의 지적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리인상기 고통분담에 공감하지만 민간기업을 공공재로 분류하고 정부가 임금구조까지 개입하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익명의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공공재라고 분류하는 것에 대해 동의를 못하겠다. 엄연히 주주가 있는 일반 주식회사”라며 “주식회사는 이윤을 내서 주주들에게 그 이익을 돌려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위기상황에 공적자금을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민간 은행을 공공재라고 평가하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라며 “은행이 공공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은행이 공공재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지적이 나온 이후 은행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정부가 소유권이 분명한 은행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불만이다. 정부가 은행의 경영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민간은행의 지분을 사들여 국책은행으로 만들고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권에서는 성과급 및 퇴직금과 관련해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B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퇴직금을 두고 지적을 하는데 사실 희망퇴직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에서 장려해온 사업”이라며 “과거 IMF위기부터 구조조정을 통해 기존 인력 내보내고 고용 늘리라고 해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과급과 관련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둬서 성과급을 정말 사상 최대만큼 받은 것도 아니다”라며 “은행은 늘 받는 그 정도 수준만 받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결국은 사회공헌을 더 하라는 의미로 들리는데 은행들은 지금도 무슨 일이 터질때마다 많은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대통령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설명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 2~3년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서민·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수차례 대출연장·상환유예에 앞장서 왔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했을 때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95조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 노력도 보였다. 올해부터 3년간 5000억원의 추가 사회공헌 자금을 마련할 계획 역시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은행을 이자 장사로 과도하게 몰아가고 있다는 우려석인 반응도 나온다. C은행 관계자는 “사실 은행이 과도하게 이자 장사한 것은 납득하기 조금 어렵다. 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올려서 따라 올라간 것이지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린 것이 아니다”라며 “최근 은행의 가산금리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해는 정부가 대출을 규제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