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혼조 마감했다. 시장 예상을 웃돈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된 이후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6.66p(0.46%) 떨어진 3만4089.2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6p(0.03%) 내린 4136.13, 나스닥지수는 68.36p(0.57%) 오른 1만1960.15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개장 전 나온 1월 CPI 보고서를 주목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4%로 시장 예상(6.2%)을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했다. 12월(0.1%)보다 상승폭이 가팔라졌으며 시장 전망치(0.4%)를 상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6%,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는 각각 5.4%, 0.3%였다. 주택 임차료와 에너지, 식품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도는데다 둔화세마저 느려지면서 당초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하반기 중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잃었다.
물가 확인 이후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잇달았다.
토머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1월 CPI가 시장 예상을 소폭 상회했다”며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리 인상 기조 가능성은 채권 수익률을 뛰게 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 4.52%에서 4.63%로 상승했다. 모기지 대출 금리의 벤치마크 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3.70%에서 3.76%로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3월과 5월 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0.25%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에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다음달 금리를 0.25%p 인상할 확률은 90.8%다.
종목별로 보면 S&P500지수 내 11개 업종 중 7개가 하락했다.
코카콜라 주가는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함께 올해 강한 실적 가이던스를 공개했으나 1.67% 하락했다.
버거킹 모회사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 주가는 예상보다 약한 실적을 보고한 이후 2.73% 내렸다.
보잉 주가는 인도 항공사 에어인디아가 220대 항공기를 주문했다는 소식에 1.30% 상승했다. 에어이디아가 250대 항공기를 주문한 에어버스 주가도 0.38% 올랐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주가는 호실적에 힘입어 3.96% 뛰었다.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일반회계기준 분기 실적에서 이익을 냈다는 소식에 21.16% 폭등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1월 CPI 상승률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서도 높은 물가가 지속되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연준이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오피스의 마이크 로웬가트는 CNBC를 통해 “1월 CPI에 큰 놀라움은 없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지만 완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며 “노동시장이 견고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수준(2.0%)까지 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마리아 바사로우 최고투자책임자는 AP통신에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을 웃돈 것은 목표치인 2.0%로 되돌리기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내일 발표되는 소매 판매도 강세를 보이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5.5%로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구간은 4.5~4.75%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