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동결’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높고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금통위의 추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업계에서는 금통위가 장장 9개월 동안 이어진 7연속 금리 인상을 멈추고 3.5%에서 동결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15일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에 나선 결과 66명은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답변했다. 국내 가계 부채 문제와 경기침체 우려에 기준금리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다만 나머지 34명은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미 연준의 연이은 금리인상에도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전망치를 넘고 미국의 노동시장과 소비자 구매력이 아직도 강력하다는 내용의 경제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며 긴축 공포가 살아난 영향이다.
미국의 긴축공포가 살아나면서 환율도 다시 상승세다. 원‧달러환은 지난 17일 장중 1300원을 돌파했으며, 22일에는 두 달 만에 최고점인 1306.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한은은 현재 1.25%p(포인트)의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환율이 불안정해지고 수입 물가가 높아져 물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스·전기세가 급등하면서 여전히 높은 국내 물가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2%로, 전월(5.0%)보다 확대됐다.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3개월만에 다시 4%대에 진입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 다시 5.2%로 높아진데다, 공공요금 인상 예고가 이어지면서 ‘물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겠다’는 예상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물가 안정과 함께 경제 상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한은 입장에서 고민에 빠지는 시점이다. 한은은 전날 업무보고 자료에서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연중 지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와 함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미국의 긴축 기조와 국내 물가를 고려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금리 인상폭은 0.25%p가 될 가능성이 높다. 2월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전망한 채권 전문가 34명 중 33명이 추가 금리인상 폭을 0.25%p로 답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