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구당 빚이 19년 만에 감소했다.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체 빚은 소폭 상승한 가운데, 1인 가구의 확대로 가구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 1인 가구의 가계대출은 증가했다. 문제는 전체 소득 중 이자지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빚부담은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7조원으로 지난해 말(1863조원) 대비 약 4조원(0.2%)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 등을 더한 넓은 의미의 부채를 말한다.
여기에 통계청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는 2158만 가구로 집계됐는데, 이에 따라 가계신용을 전체 가구수로 나눈 가구당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8652만원으로 전년(8755만원)대비 1.17%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기준 가구당 부채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2년 3076만원에서 2003년 3059만원으로 0.56%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가구당 빚이 감소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감소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 가구수는 2021년 2128만가구에서 2022년 2158만가구로 1.4% 증가했다. 가구수 증가 속도에 비해 가계대출을 포함한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낮아 가구당 빚 규모가 감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인당 가계신용은 오히려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인당 빚은 2021년 말 3600만원에서 2022년 말 3616만원으로 0.4% 상승했다.
또한 전체 가계지출 중 비소비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95만1000원으로 전년대비 8.0% 증가했다. 전체 가계지출(359만1000원) 대비 비소비지출 비중은 26.5%로 전년보다 0.4%p 상승했다. 특히 이자비용(9만9000원)이 전년대비 15.3% 급증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비소비지출은 가계가 지출하는 비용 중 세금, 이자 등 경직성 비용을 의미한다 비소비지출이 늘어날수록 개인이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에 활용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전체 소득-비소비지출)은 줄어든다.
이는 가구당 가지고 있는 대출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시장금리도 상승하다 보니 부담하는 이자지출이 더 늘어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고금리 추이가 지속되고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KBS에 출연해 기준금리 동결로 국민 대출금리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출금리 원가가 되는 코픽스 금리라든지 자금조달 금리가 안정되기 때문에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추면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거나 내려갈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돈잔치’ 논란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고객들은 금리 때문에 어려운데 은행은 이자 때문에 사상 최대 이익을 봤다고 하고, 여기에 고액 성과급 이야기까지 나오니까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이라며 “은행에 더 실질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일으켜 제대로 서비스가 안 되고 있거나 혹은 서비스는 되고 있지만 굉장히 높은 비용으로 비효율적인 서비스가 되는 분야에 대해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꿔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