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에게 피해 학생과 접촉을 금지하고 학급을 교체할 것 등을 명시한 학교폭력예방법 규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헌재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17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대 3으로 합헌 결정했다.
학교폭력예방법 17조는 자치위원회가 피해 학생의 보호와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 등을 조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하루 만에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사건에서 전학 처분을 내린 근거 규정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 A군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17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적발됐다. 교내 학폭 대책 자치위원회는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급 교체 등 조치를 요청했다. 학교장은 같은 해 12월 자치위 요청대로 처분했다.
A군 측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1년여 동안 사건을 심리한 뒤 학교 징계 처분이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A군 측은 항소와 함께 징계의 근거가 된 학교폭력예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A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서면사과 조항은 가해학생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학생의 피해 회복과 정상적인 학교생활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서면사과 조치는 단순히 의사에 반한 사과명령의 강제나 강요가 아니라, 학교폭력 이후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교우관계 회복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과하는 행위는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위헌으로 판단한 소수의견도 나왔다. 이선애·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사과하는 행위는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의사에 반한 윤리적 판단이나 감정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의 인격과 양심의 형성에 왜곡을 초래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는 접촉금지 조항과 학급교체 조항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해 학생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