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글로벌 3위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스테이킹(Staking)’ 서비스를 중단하게 하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충격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스테이킹 자체를 본격적으로 규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 업권에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펼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SEC는 지난달 9일 크라켄에 모든 스테이킹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명령하고 벌금 3000만 달러(약 390억원)를 부과했다. 증권거래위는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 제공을 일종의 ‘투자계약’으로 간주했다. 투자자들의 자산 소유권이 거래소로 이전되고 투자자를 대신해 공모한 자산을 스테이킹한 뒤 이익을 분배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SEC는 크라켄이 스테이킹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정보 공개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스테이킹이란 보유한 코인을 맡기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코인을 지급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렇게만 보면 은행이나 저축은행 같은 금융기관에다 자금을 예치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지급하는 보상의 ‘유형’이 다르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먼저 예금이나 적금의 경우 은행은 이용자가 맡긴 돈을 운영해 이익을 낸 뒤 예치한 금액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이자를 대가로 지급한다. 반면 스테이킹의 경우 거래소는 이용자가 맡긴 코인을 해당 코인의 블록체인 검증에 활용하고 보상으로 코인을 지급한다는 개념이다. 또한 ‘블록체인’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특이사항도 있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도 스테이킹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위 거래소인 업비트는 이더리움과 코스모스 등 2종의 블록체인에 대해 스테이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빗썸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1종의 블록체인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미국 SEC의 규제로 인해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스테이킹 자체를 문제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업증명(POW) 방식인 비트코인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스테이킹을 기반으로 한 지분증명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스테이킹에 대해 당국이 문제 삼고 운영을 중단시킬 경우 투자자를 비롯해 거래소의 타격은 피하기 힘들다”며 “각 스테이킹 방식과 취급하는 가상자산 특성에 따라 규제받는 여부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라켄 사건으로 가상자산 스테이킹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지원하기 위해 ‘원내 테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스테이킹에 관한 현황 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서 금융감독원은 제출한 자료 자체가 새로운 내용을 포함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황을 정리한 형태를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스테이킹 서비스 현황 자료 요청이 들어온 것 이외에는 특이사항이라고 할 것이 없다”며 “현재 스테이킹 서비스가 국내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현황을 살피려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SEC가 스테이킹에 대한 규제를 내렸다기 보다 크라켄이 스테이킹 방법으로 투자자금을 운용해 그 수익을 배분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던 만큼 한국의 현 상황과는 별개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