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전북 익산시와 함께 고도보존육성사업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동역사공원 조성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백제의 대형 석축 저온저장시설이 확인됨에 따라 24일 오후 2시 시민들에게 현장을 공개했다.
발굴조사를 담당한 (재)전북문화재연구원(이사장 최완규)에 따르면 2기의 저온 저장고 외에도 굴립주건물지 3동, 구상유구(溝, 도랑) 1기, 조선시대 기와가마 5기 등 16기의 유구가 확인됐다.
이번에 발굴된 저온 저장고는 총 2기로, 국내 최초로 외부 공기가 드나드는 통기구(通氣口)까지 갖추고 있고, 기반토인 풍화암반층을 직사각형으로 굴착 후 그 안에 잘 다듬어진 석재를 조밀하게 쌓아 벽체를 구성한 구조로 보인다. 1호는 길이 4.9m, 너비 2.4m, 높이 2.3m, 2호는 길이 5.3m, 너비 2.5m, 높이 2.4m로, 두 기가 비슷한 규모를 보였다.
저장고 동쪽 장벽의 상부에는 각각 3조의 통기구가 설치됐고, 이들 통기구는 쪼갠 돌인 판석과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사용하여 50㎝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밖에서 안으로 19~ 23°기울여 동쪽으로 돌출되게 만들어졌다. 이는 저장고 안의 더운 공기를 자연적으로 밖으로 배출해 내부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기 위한 공법으로 판단된다.
저장고 바닥은 잡석과 사질점토를 섞어 반반하고 고르게 만들어 습기를 차단하도록 했다. 이러한 대형 석축 저온 저장고는 치밀한 설계에 따라 건축된 당대 최고 과학기술의 집적체로 오늘날 냉장고와 같은 기능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저온 저장고 내에서는 백제 왕궁(왕궁리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동일한 벼루편, 전달린토기편, 뚜껑편(蓋), 대부완, 배(杯), 암·수키와, 인장와(印章瓦) 등이 출토됐다. 특히 1호에서 출토된 보주형 뚜껑과 2호에서 출토된 대부완은 한 벌을 이루고 있고, 1호와 2호에서 출토된 호형 토기편은 서로 접합되는 것으로 보면 동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닥면에서는 식물의 열매나 과실의 흔적인 종실유체도 검출되고 있다. 1호에서는 참외, 들깨 등의 재배작물과 딸기속, 다래, 포도속, 산뽕나무와 같은 채집 종실류가, 2호에서는 참외, 밀, 조, 팥 등의 재배작물과 다래, 포도속과 같은 채집 종실류가 검출됐다.
백제지역에서 발견된 저장고는 왕도였던 공주 공산성과 부여 관북리유적 등 궁궐로 추정되는 유적에서만 확인됐는데, 이번에 발견된 저온저장고는 왕실과 관련된 시설일 가능성이 높아 백제 왕실 문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문화재청과 함께 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유적의 보존과 활용 방안을 수립하고, 고도보존육성기본계획에 따라 익산지역 백제왕도 핵심유적과 연계한 고도의 정체성을 회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익산=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