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와르르… “자주 다니던 다리, 너무 놀랐어요”

한순간에 와르르… “자주 다니던 다리, 너무 놀랐어요”

기사승인 2023-04-05 18:03:14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통행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 대원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5일 오전 9시46분쯤 경기 성남시 정자동 정자교 인도쪽 도로 일부 30m 정도가 무너졌다. 이곳을 지나던 행인 두 명이 하천 쪽으로 떨어져 1명 사망, 1명 중상을 입었다.

이날 오후 1시쯤 방문한 정자교엔 네 대의 포크레인이 무너진 가드레일을 뜯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탄천으로 내려가는 길과 정자교로 진입하는 길은 폴리스라인으로 막혀 있었다. 바로 옆 차도를 메운 차량들도 상황을 파악하고 우회하려고 차를 돌리는 모습이었다.

폴리스 라인 주변엔 인근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우산을 쓴 이들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었다. 대부분 아무 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무너진 다리를 한참을 응시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거나 주변인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돌아가다가도 다시 자리에 멈춰 바라보는 시민도 있었다.

5일 통행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를 한 시민이 바라보는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대부분 정자교를 자주 이용하던 시민이었다. 한 시민은 “지난해 안전 검사하는 걸 봤다”며 “그런데 왜…”라고 황망해 했다. 다른 시민은 무너진 인도가 그나마 사람이 덜 지나다니는 길이었다고 했다. 무너진 인도 반대편으로 가야 신분당선 정자역 5번 출구가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통행량이 적었다는 얘기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시민도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이라며 “뉴스에선 전봇대 때문에 무너진 거라 하던데, 와서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분당구에 거주하는 김모(28·회사원)씨는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자주 지났던 다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한순간에 사고가 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친구는 오늘도 아침에 그 다리를 건너서 출근했다고 하더라.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진찬 성남시 부시장은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12시20분쯤 현장을 찾은 이 부시장은 “시를 관리하는 담당 공무원으로서 상당히 죄송스럽고 시민분들께 여러 가지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신상진 시장 이하 전 공무원이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 다치신 분도 다 나으실 때까지 철저하게 보살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교각들에 대한 안전진단도 약속했다. 이 부시장은 “성남에 탄천을 중심으로 24개의 다리가 있다”며 “다른 곳에서 추가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안전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통행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 대원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온라인에선 사고 당시를 목격한 약 7초 분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퍼지고 있다. 사고 당시 교차로에 정차해 있던 것으로 보이는 해당 영상엔 흰색 우산을 쓴 시민이 종종 걸음으로 다리를 지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신호등이 달린 전봇대와 가드레일이 하천 쪽으로 넘어가며 시민의 모슴도 함께 사라진다. 네티즌들은 댓글로 “뛰지만 않았어도” “사람 목숨이 1, 2초에 갈린다”며 허망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자교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년에 한 차례 정밀 점검, 반년에 한 차례 정기 점검을 받아야 하는 시설물이다. 성남시에 따르면 1993년 6월20일 준공된 정자교는 2021년 5월 정밀점검 결과 교량 노면 등 일부 부재에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돼 A~E 등급 중 C등급으로 ‘보통’ 판정을 받았다. 이 결과에 따라 지난해 8~12월 바닥판 표면 보수와 단면보수를 했다. 보수 공사 직후 이뤄진 정기 점검에서 정자교는 B등급인 ‘양호’ 판정을 받았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오후 “시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국토안전관리원 등 유관 기관을 통한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원인을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국토안전관리원에서 교량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다. 원인 파악 후 결과에 따라 교량에 대한 보수보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성남시 전체 211개 교량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점검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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