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시중은행의 실적이 ‘순항’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2분기 이후, 특히 하반기부터는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원리금이 오르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면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오는 9월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 만기가 다가오면서 ‘잠재부실’도 터질 수 있다는 우려다.
5일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KB금융·하나·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4조6327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합산치(4조6399억원)와 비교하면 0.2%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1분기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역대 최고치였음을 감안한다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최고치에 가까운 실적을 재차 쓰게 되는 셈이다.
개별 지주의 실적을 보면 신한금융은 1조3933억원의 순이익을, KB금융은 1조3912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하나금융은 1분기 9355억원의 순이익을, 우리금융은 9024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이라 점쳐졌다.
금융지주의 실적 개선에는 기업대출 증가세와 고금리 기조로 인한 예대마진 상승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4대 은행의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 잔액은 3월말 기준 약 584조6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6000억원 늘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기업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2월 기준 4대 은행의 기업대출 평균금리는 5.375%로 가계대출 평균금리(5.068%)보다 0.3%p 가량 높았다. 이는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금리인하 압박이 계속되자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 행진도 조만간 끝이 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예대마진이 상승했다는 이점이 있지만, 반대로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취약차주들이 늘어나며 연체율이 증가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1월(0.08%)보다 0.0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연체율은 새로운 대출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0.04%를 유지하다 8월 0.05%로 오른 뒤, 지난해 말 0.07%까지 높아졌다. 1월과 2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연체율이 오르면서 이 기간 5대 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 평균은 지난 2월 0.27%로 1월(0.24%)보다 0.03%p 높아졌다. 은행 총여신 중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신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반 연체율 뿐 아니라 ‘잠재부실’ 지표로 사용되는 ‘요주의 여신’도 증가세다. ‘요주의 여신’은 연체기간이 1~3개월인 채권으로 앞으로 신용 상태가 나빠질 위험이 있는 대출금을 말한다. 부실채권은 아니지만 부실채권으로 내려가기 전 ‘잠재부실 채권’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지난해 말 기준 5조2863억원으로 전년 5조352억원보다 4.9%(2511억원) 늘었다.
약 4년이 넘는 기간 유예되고 있는 ‘코로나 대출’도 시중은행의 ‘부실 뇌관’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은 1019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1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의 연체율은 0.33%로 전월(0.26%)보다 0.07%p 상승했다. 2021년 1월(0.17%)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집행된 정부지원대출들의 경우 만기·이자유예 조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대출이 부실화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자영업자 차주 중 ‘다중채무자’가 절반 이상이라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 차주 중 가계대출을 받은 금융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는 173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을 최소치(3.00%p)로 계산하더라도 이들의 이자는 평균 908만원이 늘어났다.
시중은행에서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의 부실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이자 납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보니 해당 자영업자·업체가 부실한지, 건전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지 사실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에서는 꾸준히 연착륙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 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결국 유예가 이어지며 9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다”며 “지금의 고금리 기조와 만기가 일시에 겹쳐 버티지 못할 차주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돼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