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선친 묘소 훼손 사건’과 관련해 수사당국의 선처를 요청했다. 이 대표의 선처 요청은 해당 사건이 일부 문중 인사가 이 대표를 돕는다는 취지에서 벌인 것으로 알려진 직후 나왔다.
이 대표는 6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부모님의 묘소를 훼손하는 행위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를 한다는 이유로 돌아가신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하고 가슴 아프다”며 “더 이상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만 복수난수(覆水難收·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뜻)라 했으니 악의 없이 벌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수사당국의 선처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후손들도 모르게 누군가가 무덤 봉분과 사방에 구멍을 내고 이런 글이 쓰인 돌을 묻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봉분이 낮아질 만큼 봉분을 꼭꼭 누르는 것, 봉분 위에서 몇몇이 다지듯이 뛴 것은 무슨 의미일까”라며 “(이런 행위는)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 한다. 저로 인해 저승의 부모님까지 능욕당하시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경북경찰청은 이 대표의 문제제기에 따라 다음날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해 왔다. 경찰은 그러나 지난달 30일 돌에 적힌 글자를 감정해 한문학자 등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행위자와 의도 등 구체적 범행 동기는 범인 검거 후 추가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사건은 이 대표 문중 인사들이 이 대표를 돕기 위해 펼친 ‘기(氣) 보충 작업’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지역에서 도자기 연구 및 풍수지리 전문가 활동을 하고 있는 지관 이모 씨(85)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대표와 같은 경주 이씨 문중에 속해 있으며 문중 인사들과 함께 이 대표 부모 묘소 사방에 ‘생명기(生明氣)’라는 글자가 적힌 돌을 묻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두고 ‘코미디’라고 비꼬았다.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의원이 부모님 묘소에 흑주술을 행하면서 자신을 저주했다고 주장했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같은 당 김웅 의원도 SNS에 “체포동의안 부결시키고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이를 호도하기 위해 기 보충을 흑주술로 둔갑시키는 위대한 령(영)도자 동지”라고 야유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