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서 중국 비밀경찰서 운영했나… FBI, 中향우회장 체포

美뉴욕서 중국 비밀경찰서 운영했나… FBI, 中향우회장 체포

중국계 남성 2명 체포
중국 공안 담당자와 통신 내역 삭제 인정

기사승인 2023-04-18 06:55:43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차이나타운의 건물. 좌측 두 번째 6층짜리 유리 외벽 건물이 중국을 위한 비밀 경찰서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글 맵,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중국 비밀 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중국계 남성 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AP·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FBI가 루젠왕(61)과 천진핑(59) 등 중국계 남성 2명을 체포해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로, 중국 정부의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루젠왕은 미국 내 중국 푸젠성 출신 향우회인 ‘창러공회’ 회장이다. 푸젠성 출신들의 교류의 장을 제공하겠다며 2016년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6층 건물 사무실을 임대했다. 검찰은 이 공간이 중국의 비밀경찰서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브루클린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전인 ‘여우사냥’과 관련해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그의 아들을 협박해 귀국시키려고 한 7명의 중국인 국적자를 기소한 바 있다. 이때 FBI와 검찰은 창러공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에 따르면 추젠왕과 천진핑의 압수된 휴대전화에서 중국 공안 담당자와의 통신 내역을 파기한 흔적을 발견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대화 내역을 삭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NBC에 따르면 워싱턴DC 주미중국대사관은 창러공회 사무실이 비밀경찰서가 아닌 운전면허증 갱신 등 도움이 필요한 중국 국민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 운영 시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만 체포된 이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브루클린 연방지검장 브리온 피스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 정부가 이 나라를 피난처로 찾은 민주화 운동가들을 박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이들 외에도 미국 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중국인을 괴롭힌 혐의로 34명을 기소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가짜 SNS 계정을 이용해 미국에서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괴롭히고 중국 정부의 선전을 온라인에 퍼뜨린 혐의를 받는다. 다만 이들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전 세계 50여개 국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면서 중국 출신 해외 거주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캐나다, 네덜란드 등은 중국에 비밀경찰서 운영 중단을 요구했지만 실제 비밀경찰서와 관련해 체포와 기소가 이뤄진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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