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잔치’ 비판에 놓인 은행 등 금융회사의 성과급 체계 개편에 정치권도 한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금융회사의 임원 혹은 금융투자 담당자가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경우 성과급을 삭감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 정부의 금융회사 성과급 개선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만큼 정부의 개선 행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을)은 25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서는 금융회사의 임원 또는 금융투자업무 담당자 성과 보수를 일정 기간 이연하고,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경우에는 지급 예정인 성과 보수에 손실 규모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이 아닌 감독규정이다 보니 강제성이 없다.
이에 감독규정의 내용을 법률로 상향해 규정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장기 성과와 임직원 성과 보수체계 간의 연계성을 높이고 책임 경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번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 의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이루어져야 바람직한데, 당장 눈앞의 성과에 매몰되어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다가 막대한 손실을 당한다면 결국 국민들의 자산에 피해가 가기 마련”이라며 “금융기관 경영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성과급이 책정될 수 있도록 이번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법안은 앞서 금융위가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한 방향과 일치한다. 금융위 논의에서 성과보수 최소 이연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이연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또한 금융회사별로 성과 보수 조정·환수 세부 기준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하는 방안도 비중있게 거론됐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당시 논의에서 “성과보수체계가 은행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중요한 장치 중 하나”라며 “지배구조법상 이미 성과보수의 이연지급·환수 등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국내은행들이 최소한의 기준만을 맞추는 등 외국에 비해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회사의 성과급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 개선 움직임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성과 보수의 이연지급·환수 강화와 더불어 등기임원의 보수지급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하도록 하고, 금융회사 일정 금액 이상의 보수 또는 성과보수를 받는 임원의 개별 보수총액, 성과보수 총액, 구체적인 산정기준 등을 공개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관련 불완전판매로 제재가 진행중인 금융회사 임원의 성과급을 조정·환수하는 문제도 법제처와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재가 계류된 사항에 대해서는 성과급 이연 지급금을 지급하지 않고 유보하는 게 맞지만 유보 규정 자체를 만들라고 하는 것 자체가 법적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그 취지에 맞게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법리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 결국 임금 지급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미룬다는 것인 만큼 법제처와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임원이나 투자담당자가 아닌 일반 직원의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정보 공개를 통해 주주들의 감시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임원 등의 성과보수 뿐 아니라 직원의 특별성과급·희망퇴직금 등에 대해서도 일차적으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주주들이 적극적인 감시역할(Watchdog)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은행의 지급기준과 보수액 등에 대한 적극적인 공개를 통한 투명성 제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