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 계좌가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방지 대안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는 실효성을 의심한다. 에스크로 계좌는 임차인에게만 이로울 뿐 임대인에겐 결코 득이 될 게 없는 제도여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17일 “에스크로 계좌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취지에선 적합하다. 이 경우 보증보험도 필요없다”라면서도 “문제는 직접 이해 당사자인 임대인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에스크로란 부동산 등을 거래할 때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개입해 안전결제를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르자 임대인이 아닌 에스크로 기관에 보증금을 맡기는 방안이 거론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날(16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그동안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전세금을 금융에 묶어놓는 에스크로 계좌 도입까지 얘기가 나온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올려놓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증금 보관을 금융기관(제3자)에 위탁하면 안심반환은 물론 보증금이 갭투기에 흘러 들어가는 위험도 차단할 수 있다. 다만 전세물량을 소멸시키고 급격한 월세화를 초래할 수 있다. 임대인 입장에선 보증금을 유용할 수 없는 마당에 굳이 전세를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면 서민 주거부담도 커질 수 있다.
윤 연구원은 “전세제도가 존속하는 이유는 적은 금액으로 내 집 마련, 소유권을 가져오는 것인데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하면) 그 취지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제3자가 개입해 에스크로 계좌가 생기면 임대인은 전세를 존속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에게 이자를 얼마나 줄 건지를 명확하게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조기 시행하면 월세가 급격하게 오르는 부작용이 유발될 것"이라며 "취지는 좋으나 결국 서민 주거비용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지도 우려했다. 에스크로 기관에 맡기면 수수료 이슈가 생긴다. 임차인은 보증금을 보관료를 지불해야 하고 이 비용이 만만찮아 활성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윤 연구원은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하면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낼 거냐라는 이슈가 따른다”라며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제도이긴 하나 원활하게 작동할 진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임대인 단체도 에스크로 계좌 도입에 반대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사적 계약관계에서 과도하게 개입하는 측면이 있고 전세시장을 종료시키겠다는 표현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혜택 유무를 떠나 제도가 도입되면 시장에 난리가 날 것”라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그널만 던지면 시장은 요동치고 세입자와 임대인은 더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