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 훼손·유기 혐의를 받는 피의자 정유정(23·여)이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정씨가 ‘신분 탈취’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일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는 정씨를 살인 및 사체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오전 9시5분쯤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정씨는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피해자와 유족에게 정말 죄송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신상 공개를 두고는 “할 말이 없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5년간 주변과 교류 없이 고립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선 범죄 관련 소설과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봤다고 털어놨다. 검거 이후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왔던 정씨는 결국 조사에서 “살인해 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범행을 자백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범행 대상을 고학력 대학생이 많은 과외 알선 앱에서 찾은 점에 주목했다. 정씨는 과외앱에 학부모 회원으로 가입해 피해자를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A씨에겐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라고 소개하며 접근했고, 자신의 아이가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교복을 입고 A씨 집을 찾아간 정씨는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씨의 범행 목적으로 ‘피해자의 신분 탈취’를 거론했다. 이 교수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여성이) 온라인상에서 인기 있는 과외 교사였지 않나”라며 “본인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여성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을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고, 정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여부 등을 검사하고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