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렌징, 전형적 원청 갑질”…택배노조 투쟁 수위 높인다

“클렌징, 전형적 원청 갑질”…택배노조 투쟁 수위 높인다

클렌징 제도 폐지해야…노동자 ‘무권리’ 전락 우려
“집단해고 강행 시 전 택배사 쿠팡 물량 거부할 것”
노조 “쿠팡 직접 교섭 나서야…대화 열려 있어”

기사승인 2023-06-23 06:00:39
22일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이 클렌징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택배노조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쿠팡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택배노조는 쿠팡이 집단해고(클렌징) 강행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하고 직접 교섭에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쿠팡이 클렌징을 강행할 경우 배송 물량을 거부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택배노조는 22일 쿠팡CLS 본사 앞에서 쿠팡의 상시해고제도인 클렌징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택배노조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하청회사 파업을 이유로 조합원들을 집단 해고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택배노조는 “하청 회사에서 노조가 파업을 했을 때 원청이 하청회사를 없애거나, 하청회사로부터 구역 등 일자리를 빼앗아 조합원들을 해고하는 것은 합법적 쟁의권 등 노동자들의 대항수단을 박탈해 단체행동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전형적인 ‘원청 갑질’”이라며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회부돼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기에 원청 갑질은 우리 사회의 노동권 시계를 2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이 클렌징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택배노조

클렌징은 쿠팡CLS 측이 배송·프레시백 회수율 등을 따져 일정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계약기간과 상관 없이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두고 택배노조는 클렌징이 사실상 상시적인 해고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클렌징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확산된다면 노동자들이 모두 무권리 상태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프레시백 회수는 건당 100원을 받고 내부 쓰레기 수거·세척, 아이스백 처리 등을 수행하는 고된 작업에 속한다. 프레시백 회수율이 기준에 못 미칠 경우 배송 구역과 물량은 없어지게 돼 자연히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지난 4월 쿠팡택배 노동자들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의 약 85%가 프레시백 수거 업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노조 측은 “클렌징에 대해 생활물류법을 준수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낳지 않는 서비스 평가 제도로 대체해야 한다”며 “사측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지난 19일 쟁의행위에 돌입한 분당지회의 파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장은 클렌징 폐지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CLS 본사 앞에서 지난달 26일부터 단식 농성을 진행 중에 있다.

한편 택배노조는 전날 클렌징이 CLS와 영업점 간 계약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노조는 쿠팡CLS가 임의 설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영업점과 계약을 해지하거나 물량을 축소하는 합의서 조항과 사고 발생 시 영업점을 손해배상 주체로 한 계약서 조항 등을 불공정거래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CLS 관계자는 “CLS는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있다”며 “택배노조는 불법시위 과정에서 CLS 직원을 폭행하고, 각종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정치적 목적으로 또 다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택배노조의 이번 공정위 신고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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