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방식으로 여름휴가를 보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남들이 가는 곳, 남들이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여행’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고, 집, 서점, 호텔 등 나만의 여행지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휴가를 보낸다.
일상 근심 담긴 집 떠나 호텔로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정하영(25·여)씨는 지난 18일 강원도 홍천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오랜만에 집에서 멀리 떠나서 온 여행이었지만 그는 호텔 안에서만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다.
정씨는 “취직 준비를 하면서 늘 누군가와 경쟁하고 있다는 느낌에 많이 지쳤다”며 “자취방이나 독서실에 혼자 앉아 있어도 늘 많은 사람 사이에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휴가 때만큼은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어 홍천에 간 그는 “쉬는 건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집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는 온전히 마음을 놓고 쉬기 힘들다”며 “낯선 호텔 방에 있으니 현실적인 고민을 잠시 잊을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고 했다.
무서운 여행 물가… “집에서 넷플릭스 볼래요”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김민엽(25·남)씨는 지난 24일 여름휴가로 1박 2일 ‘홈캉스(홈+바캉스)’를 즐겼다. 잦은 주말 근무로 쓸 수 있는 대체 휴가가 많았지만, 그는 여름휴가로 하루 동안 집에서 쉬는 것을 선택했다.
김씨는 “주말에도 근무하는 날이 많아서 남들보다 길게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었지만, 딱 하루만 쉬기로 했다”며 “모아둔 대체 휴가를 길게 쓰는 대신에 추가 수당을 받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당초 주말을 끼워서 친구가 사는 광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 그였지만, 그의 발길을 돌린 건 40만원을 웃도는 왕복 교통비와 숙박비였다. 사회초년생인 김씨는 “휴가 비용으로 한 번에 수십만 원을 쓰는 건 아직은 부담스럽다”며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나 드라마를 정주행하면서 쉬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쉼을 위한 ‘나 혼자 휴가’
출판예비학교에 다니는 박예은(24·여)씨도 사흘간의 휴가 동안 집에 있을 계획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혼자 휴가를 보낼 계획을 세웠다는 그는 “바빠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하루 종일 ‘집콕’하며 읽을 것”이라며 휴가 때 읽을 책을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박씨는 “여행이 때로는 일종의 약속처럼 느껴진다”며, “밖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쉬고 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휴가라고 무언가 특별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면서 “어디를, 누구와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휴가 때만큼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고=김예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사진을 찍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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