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인민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자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점화되면서 금융 부분까지 영향을 미쳐서다. 이같은 사태가 국내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은 전날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p와 0.15%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MLF 대출은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도구다.
MLF 대출 금리는 지난 6월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내린 셈이다. MLF를 인하할 경우 기준금리 역할을 수행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동일하게 따라가는 게 관례로 여겨진다. 인민은행은 오는 21일 해당 금리의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은 중국 경제 둔화세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확대를 통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겠단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하락해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9일 7월 CPI가 전년 대비 0.3%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 디폴트 위기가 문제다. 이들은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296억원)를 상환하지 못한 상태다. 30일 이후에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 처리된다. 헝다 사태의 채무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대형 악재다.
여기에 더해 올해 상반기 최대 10조원 규모의 손실 전망이 나오면서 더욱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컨트리가든은 전날 홍콩증시 공시를 통해 상반기 순손실이 최대 550억 위안(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들은 중국 소비자 지출 여력을 더욱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향후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중국 경기 부진 심화를 꼽았다. 이외에도 전 세계 물가 상승세 확대에 따른 금리 인상 지속, 국내 세입 여건 악화 등을 지목했다.
KDI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거나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제한돼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우리 경제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가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올해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제시했다. 이는 금융위기(2009∼2011년)와 코로나19(2020∼2021년) 등을 제외할 경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