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덕 쌓아야 한다”는 민간 돌봄… 공공성 강화하려면

“3대가 덕 쌓아야 한다”는 민간 돌봄… 공공성 강화하려면

돌보미 공급 적어 구하기 어려워
아이와 잘 맞을지, 안전한 사람인지 확신 적어
자격제 도입해도 서비스 만족도 보장은 미지수

기사승인 2023-08-23 17:58:34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아이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를 주최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과 토론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출산 후 수십 번씩 중개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육아도우미 이력서를 살피고, 수 십 번 (돌보미) 면접을 봤어요. 절망적이었어요"

나인선씨는 23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아이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씨는 “민간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보호자들은 ‘좋은 이모님을 모시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아이 돌봄을 타인에게 온전히 맡겨야 하는데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불안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민간 아이돌봄서비스, 공공성 높여야

이날 간담회에선 민간 아이돌봄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도권으로 포섭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공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공공 아이돌보미 수는 2만6000여명 정도다. 신청 후 대기해야 하는 시간만 평균 24일이다.

7세, 5세, 3세, 세 아이를 키우는 장윤선씨는 “아이가 3명이라 봐주는 선생님을 구하는 게 (아이가) 한 명인 분들보다 어렵다”며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인력이 충원되면, 보다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돌보미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육아돌보미를 소개하거나 파견하는 업체에 대한 파악이 어려워 소속된 돌보미 수를 파악하는 기본적인 실태 조사도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1만5723개소를 조사한 결과, 도우미가 5인 이상 있다고 응답한 업체가 220개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민간도우미의 결격사유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점도 부모들 불안이 큰 이유다. 범죄 이력을 조회하는 일도 어렵다. 현행법상 범죄경력조회신청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감염성 질환 여부 등 아이 건강에 중요한 요인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나인선씨가 ‘아이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담회에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나씨는 “돌보미 중개 플랫폼에 가보면 감염성 질환이 없다는 내용 증빙, 검진 기록 등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많다”며 “안전 확보를 위한 내용을 개인 영역으로 남기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부모 요구에 따라 돌보미가 서류를 준비해도, 해당 서류를 정말 신뢰할 수 있는지 역시 문제다.

‘돌보미 자격제도’ 등 개정법률안 발의

정경희 의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아이돌봄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아이돌봄인력에 대한 국가자격제도 도입, 아이돌봄사의 결격사유 규정, 아이돌봄서비스 제공기관 등록제 등을 골자로 한다. 통일된 관리 기준을 만들어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하려는 방향이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돌봄 자격이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장씨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면 무조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며 “돌봄 지식뿐만 아니라 인성 등 수치로 정량화하기 어려운 내용도 파악할 수 있는 방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이돌봄 연결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방안에 자격 취득자를 주기적으로 신원 조회하는 내용이 있다”며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는 육아도우미라도 필요시 동의를 얻어 업체가 신원조회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희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 관리체계 개선 TF 팀장은 “가장 중요한 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라며 “민간 기관 등록제를 활용해 돌보미 교육 확대, 정보 비대칭성 해결을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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