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대전 교사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가 요원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를 잃고서야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교육현장과 학교구성원, 학부모 등의 인식 개선이 없인 아무리 좋은 방안을 내놓더라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시교육청이 27일 발표한 '대전 교사 사망' 진상조사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사회와 교육현장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숨진 교사는 학부모 2명으로부터 4년 동안 모두 16차례의 민원제기에 시달렸다. 학교까지 찾아와 '담임을 배제해달라', '본인의 자녀에게 사과하라'는 요구까지도 받았다.
아동학대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난 뒤에도 학부모의 잇단 민원제기를 당해야 했다.
숨진 교사가 교내 상담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구두로 요청했는데도 결과적으로 묵살 당했다.
상황이 이 정도면 교장이나 교감, 동료 교사들도 어느 정도 사태를 파악했을 터이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대책은커녕 위로나 조언을 해줬다는 조사 결과는 없다.
막무가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가 동시대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동료 교사의 고통을 강건너 불보듯 하는게 교육현장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 수 밖에 없다.
대전교육청은 "문제의 학부모 2명에 대해선 수사의뢰하고 미흡한 대처를 한 전현직 학교 관리자 4명에 대해선 징계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잃고 외양간은 고쳐야겠지만 숨진 교사가 4년 넘게 고통을 받을땐 정작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숨진 대전 교사' 사건은 이들만의 잘못으로 덮을 수는 없다. 교육현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대전 교사 사건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교육 정책을 책임졌던 역대 교육부장관들, 교육감들은 그동안 무얼했는가?
학생인권의 중요성을 외치며 앞다퉈 학생헌장을 만들었던 교육감들은 과연 같은 시선으로 교사인권을 고민한 적이 있었는가?
일방적으로 신고만 해도 진위파악이나 사실확인이 아니라 곧바로 수사가 시작되는 '아동학대'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과거엔 지금과 같은 사례가 없었다는 핑계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꼭 빙산이 보여야 빙하가 있다는 말도 해서 안된다.
대전 교사 사건만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학교현장에선 셀수도 없는 교사들이 수면 아래 빙하로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대전=이익훈 기자 emad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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