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해 폴란드에 경공격기 FA-50, K-9 자주포 등 1조5000억원 이상 규모의 방산 수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주력 상품인 이차전지 양극재에 대규모 방산 수출까지 더해지면서 폴란드는 미국, 베트남, 홍콩, 인도에 이어 단숨에 한국의 5위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떠올랐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의 무역 통계 시스템 'K-stat' 상 지난해 한국의 폴란드 수출은 90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4.8% 증가했다.
지난해 폴란드 수출 성장은 방위산업이 주도했다. K-9 자주포, K2 흑표 전차 등이 포함된 ‘무기류’ 수출은 6억4900만달러로 전년보다 56.9% 증가했다.
이와 별개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수출 실적을 반영한 ‘항공기’ 수출은 5억23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폴란드 대상 ‘항공기’ 수출 실적은 작년에 처음 잡혔다. KAI는 작년 7월부터 연말까지 폴란드 공군에 FA-50GF 12대를 인도했다.
‘무기류’와 ‘항공기’ 항목을 합친 2023년 한국의 전체 폴란드 방산 수출액은 11억7200만달러로, 대규모 폴란드 무기 수출이 본격화한 전년(4억1300만달러)보다 184% 증가했다. 작년 수출액은 한화로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앞서 폴란드 정부는 지난 2022년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등 한국 방산 기업들과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천무 다연장 로켓 288문 등의 무기를 사는 기본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폴란드 정부가 각 기업과 1차 구매 계약을 맺었고, K-9 자주포 등 지상 무기를 시작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납품이 진행되면서 한국의 폴란드 무기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수출이 본격화한 2022∼2023년 2년간 한국의 폴란드 방산 수출 실적은 15억9000만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2조원을 훌쩍 넘는다.
단일 수출 품목으로는 이차전지 양극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 정밀화학 원료’가 가장 규모가 컸다.
지난해 ‘기타 정밀화학 원료’ 수출은 22억3400만달러로 전년보다 2.5% 늘어났다.
폴란드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배터리 시장인 유럽을 겨냥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 시설이 있다. 한국에서 가공된 양극재는 폴란드 공장으로 수출된 뒤 다시 배터리 셀로 제조돼 유럽 전역으로 팔린다.
한국의 작년 전체 수출이 7.5%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폴란드 수출 호조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의 상위 수출국 순위에서 폴란드는 2022년 17위에서 2023년 14위로 뛰어올랐다. 유럽에서는 독일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수출국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상위국 순위에서 폴란드는 2022년 7위에서 작년에는 5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작년 한국은 폴란드와 교역에서 79억20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폴란드와의 기본 계약 후 확정된 1차 계약 규모만 총 124억달러(약 16조5000억원)에 달해 향후 한국 방산업체들의 폴란드 수출 실적은 지속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KAI만 해도 작년에 인도한 FA-50GF 12대 외에 남은 물량 36대를 폴란드 공군의 요구에 맞춰 FA-50PL 형태로 개발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추가로 납품할 예정이다.
다만 폴란드 정부가 기대하는 한국의 수출 금융 지원 확대를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 논의가 지체되는 상황이어서 1차 계약보다 규모가 큰 2차 계약 체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폴란드 새 연립정부의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체결한 방산 계약과 관련해 기존에 알고 있던 바와 달리 한국에서 제공하기로 한 융자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한국과의 방산 계약을 다시 들여다보려 하지만 계약을 지속할 작정이라고 언급해 추가 계약을 남겨두고 보다 유리한 구매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한국 측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대규모 수출 이후 한국 방산이 주목받으며 주변국의 관심과 문의가 늘고 있다”며 “폴란드와 재무상황이 비슷한 국가들이 한국 방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도입을 적극 고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수출 금융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