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이나 사과, 버섯 껍질 등 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만든 ‘비건 레더’에 국내 패션 브랜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4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선인장 가죽을 사용해 제작한 신발 ‘무브 어스’ 오프라인 판매를 22일 시작했다. 선인장 잎의 셀룰로오스 성분을 이용해 제작한 선인장 원단을 사용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브랜드 론칭 50주년을 기준으로 제품의 50%을 친환경 공법이나, 비건 소재를 이용한 제품들로 구성했다. 무브 어스는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해엔 사과 가죽을 중심으로 폐의류 등 90% 이상의 친환경 소재를 적용해 제작했다. 폐의류로부터 가공된 PCR 원단과 방수 기능을 제품에 적용했다. 올해 출시한 무브 어스에는 선인장 가죽을 사용했다. 지난해와 비슷하다. 남녀 공용 하이킹 슈즈로, 스니커즈처럼 부담스럽지 않은 외형을 띄지만 등산화 기능을 한다.
지금까지 국내 일부 의류브랜드들은 멕시코 선인장 원단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반 동물가죽보다도 가격이 비싸 쉽게 제품에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업이 국내산 선인장 잎을 갈아 원재료로 사용한 새 선인장 원단을 개발했다. 현재 해외에서 수입하는 선인장 원단 가격의 1/3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본래 비건 레더는 흔히 ‘레자’라고 부르는 인조 가죽을 뜻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가죽 제품은 대부분 이 인조 가죽을 활용했다. 패션하우스에서도 동물 가죽을 지양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엔 구찌나 샤넬 등 명품 브랜드가 실제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싸고 비윤리적인 가죽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인조 가죽은 질감이나 내구성 등이 뛰어나서 관리가 편하고, 동물 가죽에 비해 가격도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그러나 세계 패션 업계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인조가죽에 쓰이는 폴리우레탄과 염화비닐수지가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 원료는 분해되는 데 수백년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생산 과정에서 첨가하는 화학제품으로 인해 유독 물질이 발생한다.
이에 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만든 가죽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버섯 곰팡이, 선인장, 사과 껍질, 파인애플 잎, 포도 줄기, 오렌지 껍질 등 쓰고 남은 과일 찌꺼기로 가죽을 만드는 것이다.
비건 레더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밴티지 마켓 리서치’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레더 시장은 2022년 6150만달러(809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9.5%씩 성장해 2030년에는 1억600만달러(1394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코오롱스포츠는 친환경 소재 사용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며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런칭한 지 14년차를 맞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식물성 비건 레더처럼 지속가능한 소재를 다양하게 제품에 접목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