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열흘째…공백 봉합 나선 중소병원

전공의 이탈 열흘째…공백 봉합 나선 중소병원

기사승인 2024-02-28 06:05:01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지 열흘째, 의료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지역 종합병원들이 공백 봉합에 팔을 걷어붙였다.

27일 병원계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진료·수술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는 달리 2차 병원인 지역 종합병원들 대부분 정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종합병원은 의원과 상급종합병원 사이 의료기관으로 전국에 360여개가 있다. 100~300병상 종합병원은 7개 이상 진료과목,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은 9개 이상 진료과목을 갖추면 된다.

지역 종합병원에도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있지만 대다수는 전문의 체제로 운영을 이어가 집단 사직과 무관하게 입원 병상이 가동되고 있다. 종합병원들은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투석실 등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소재 종합병원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전공의 사직 후 응급 환자가 늘긴 했지만 현재까지 응급실 관리에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양지병원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 이후인 13~17일 응급실 내원 환자는 1일 평균 80여명이었는데, 집단 사직 이후인 19~23일 100여명으로 20여명 정도 늘었다.

양지병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본원 응급의료센터에는 총 12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교대로 근무하고 있고, 전공의 근무자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원의 인턴 5명, 레지던트 12명이 모두 파업 상태이지만 이들 전공의들은 애초 응급실 근무가 없었다”며 “현재 문제없이 병원이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용인시 소재 강남병원도 현재 모든 일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강남병원은 내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정형외과 등 20개 진료과목과 함께 밤 12시까지 소아청소년 경증 환자를 보는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이다. 정영진 병원장은 “의료공백 여파가 크다고 하는데 지역 종합병원들은 별로 체감이 안 된다”며 “환자가 많이 늘지도 않았고 평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평택시 소재 박애병원도 지난 26일 기준 병상 가동률이 25% 수준으로 여유롭다. 박애병원은 코로나19 사태로 2년 6개월 이상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3월 일반 종합병원으로 전환됐다. 김병근 병원장은 “병상이 포화상태인 것도 아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어 얼마든지 응급 진료가 가능한 상태”라며 “종합병원들은 전공의에 의지하지 않고 전문의 위주로 진료를 해왔기 때문에 지금 같은 혼란이 닥쳐도 환자를 볼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종합병원장들은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는 종합병원에서 진료하는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돼야 의료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 병원장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나 경증 환자는 지역 종합병원과 동네 의원이 진료하고,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이 맡는 의료체계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 병원장은 “대형병원이 메꾸지 못하는 의료 공백을 종합병원들이 채워줄 수 있다”며 “입원실, 응급실은 항상 열려있고 웬만한 수술도 다 가능하다. 급하게 검사가 필요하면 지역 종합병원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피력했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지난 26일 오후 7시 기준 9909명으로 파악됐다. 주요 수련병원 99곳의 전공의 가운데 80.6% 수준이다.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은 근무지를 벗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의 이탈로 상급종합병원의 신규 환자 입원은 24% 감소했다. 수술은 상급종합병원 15개소 기준 약 50% 줄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평상시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구성이 55%는 중증 환자, 45%는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라며 “최근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량 감소폭이 2.5%로 미미한 점을 감안하면 중증 환자를 진료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