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보유 중인 ‘세계 최대 항공유 수출국’ 타이틀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제로 2050 달성을 위한 지속가능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전환이 더딘 탓이다.
2일 업계에서는 글로벌 SAF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글로벌 최대 항공유 수출국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기준 1080만톤을 수출하며 전 세계 항공유 수출 1위를 유지·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분기 정유업계가 수출한 석유제품이 총 1억2690만 배럴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항공유는 17%의 비중을 차지했다. 1분기 총 수출물량의 38%를 항공유 최다 소비국인 미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글로벌 SAF 전환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SAF 설비·인프라와 관련된 정책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수출 7000억불 달성을 위한 20개 주력품목 탄소중립 분야에 SAF를 포함했다. 올해 소량생산 후 오는 2026년부터 대량생산을 목표로 밝혔지만, 세부·상세 계획은 아직 수립 중이다.
석유대체연료의 종류를 원료 특성에 따라 바이오연료, 재생합성연료, 기타 석유대체연료 등으로 구분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도 다음달 3일까지 입법예고한 상태다. 사실상 석유대체연료의 개념정리를 하고 있는 단계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SAF는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10여 년이 소요되는데 올해 초에서야 주력품목 탄소중립분야에 포함해놓고 어떻게 2년 만에 대량생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해외 국가에 비해 SAF에 대한 대응이 늦은 만큼 국가전략기술 지정 등 정책의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빠른 지원 및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SAF 가격이 일반 항공유의 3배에 달해 생산·사용 관련 차액보조 등 인센티브가 명확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어떤 바이오원료를 어느 기준에 따라 수거·공급할 지에 대한 법적 기준도 필요하기 때문에 폐기물관리법령 개정 등을 통해 바이오원료의 재활용 기준을 마련, 안정된 원료공급망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는 어떨까. 주요국에서는 SAF 사용 전환에 대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관련 시장은 오는 2027년경 현재보다 20배가량 증가해 아시아 지역만 195조5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친환경 전환을 위해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생활폐기물·산업 부생가스 등 대체원료로 생산한 SAF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EU는 당장 내년부터 유럽발 각국 항공기에 현지 SAF를 2% 이상 섞어 운행하도록 규정했다. 오는 2035년 20% 등 단계적으로 오는 2050년까지 70%의 의무 사용 비율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업계에서 SAF 전환의 속도가 필요한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은 오는 2030년까지 전체 항공유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SAF에 대한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 지급 기준을 마련했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50% 줄이면 갤런당 최대 1.75달러의 세금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통해 이데미츠코산 SAF 제조설비에 292억엔(약 2570억원)을 보조하고, 자국 내 생산 안정 후 10년간 리터(ℓ)당 30엔가량을 공제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신성장·원천기술에 바이오항공유를 지정해 투자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설비 개선 측면에서도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원료 확보 역시 SAF의 핵심이자 모든 나라가 고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도 차세대 원료 개발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기획 중이며, 바이오원료 기준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을 통해 시행령 마련 중인 만큼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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